'일사천리' 감세 결정, 좌초 가능성도…벌써 충돌한 여야

입력
2022.06.17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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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내건 尹 정부, 곳곳에 암초
법인·종부세 인하, 최대 화약고
尹 "과세 정상화", 野 "흘러간 유행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가 부자 감세 아니냐는 질문에 "전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가 부자 감세 아니냐는 질문에 "전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재훈 기자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등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은 완성까지 일사천리였다. 5년 전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 증세를 놓고 당·정이 한판 붙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잡음이 적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순항을 가로막는 암초는 전 정부보다 많다. 특히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인 갖가지 감세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당·정 갈등 없었지만, 곧 가시밭길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새 경제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당·정은 큰 인식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여권 정책통 출신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의힘과의 이견을 조율하고, 증세보단 감세에 우호적인 경제 부처 분위기도 당·정 간 불협화음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가 새 경제 정책 발표를 앞두고 공개 표출한 당·정 갈등과 비교된다. 당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요구한 법인·소득세율 인상을 거부했다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 일은 문재인 정부 내내 최저임금, 확장 재정 등을 두고 번번이 부딪친 민주당과 기재부 간 갈등의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순탄하게 작업한 새 경제 정책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 호응도가 낮았던 '검수완박' 입법까지 강행한 거대 야당이 대부분 법을 고쳐야 하는 감세 정책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어서다.

법인세율 변화 추이.

법인세율 변화 추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가장 격렬하게 충돌할 사안은 감세 정책의 핵심인 법인세 인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25%로 높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22%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율을 내리면 대기업이 고용·투자를 늘리는 대신 여윳돈으로 쌓아 놓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법인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인·종부세 인하, 예산안과 빅딜 전망

벌써부터 법인세 인하를 두고 신경전도 벌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법인세 인하를 "흘러간 유행가"로 깎아내리자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윤석열 정부가 다음 달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예고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하도 화약고다. 종부세 역시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최고 세율을 2.0%에서 3.2%로 높인 사안이라 여야 입장 차가 팽팽하다. 민주당은 집값 안정을 위해 종부세 수성을 외치는 반면, 국민의힘은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손질을 벼르고 있다.

다만 매년 세법 개정은 이듬해 예산안과 한 세트로 묶여 여야 간 주고받는 협상 대상인 만큼 윤석열 정부가 야당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법인세·종부세 인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도 법인세·종부세를 높일 당시 야권이 요구한 공무원 증원 예산 삭감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증세에 성공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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