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곡물 60만 톤 훔쳐”… 중동에 팔았다

입력
2022.06.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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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농업단체 "러 곡물 강탈, 손해배상 요구할 것"
러 점령지 수장 "첫 물량, 해상으로 중동 수출" 언급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농경지에서 지난달 8일 한 농민이 트랙터를 몰고 포탄 잔해 옆을 지나가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농경지에서 지난달 8일 한 농민이 트랙터를 몰고 포탄 잔해 옆을 지나가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훔친 곡물을 해외로 수출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러시아 측 현지 행정 당국자들도 비슷한 언급을 한 데 비춰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마르추크 우크라이나 농업생산자조합(UAC)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농업 관련 업체들에서 강탈한 곡물 60만 톤을 크림반도로 옮겼다”면서 “이 곡물은 세바스토폴 항구를 통해 중동으로 해상 운송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기록한 증거에 따르면 그중 약 10만 톤이 이미 시리아로 수출됐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곡물 절도와 농민들의 재산 파괴 행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군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는 식량 부족과 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밀 9%, 옥수수 16%, 해바라기씨유 42%를 공급한다. 현재 저장고에 쌓여 있는 곡물은 2,200만 톤으로, 우크라이나 한 해 수출량의 절반에 가깝다.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곡물 무단 반출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 군민 합동정부 수장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러시아 방송 인터뷰에서 “첫 번째 수출 물량이 크림반도를 통해 중동 방향으로 나갔다”면서 “중동은 전통적인 우크라이나의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자포리자주는 크림반도 북쪽에 위치한 도시 멜리토폴을 비롯해 80%가량이 러시아 통제를 받고 있다.

발리츠키 수장은 “자포리자주에선 수출과 함께 곡물 현지 가공도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상당 부분은 수출하겠지만 나머지는 식용유나 밀가루로 가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에선 파종과 수확이 완전히 정상적이라곤 할 순 없지만 웬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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