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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그 배우까지 나섰는데... 미국 총기 규제법 협상 막판 진통

입력
2022.06.08 18: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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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공화, 총기 규제 법안 물밑 협의
총기 구매 조사 강화, '붉은 깃발법' 논의
총기 옹호론자 반대에 진전 방안 회의적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가 7일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총기 규제 법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다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희생자인 알리시아 라미레스의 사진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가 7일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총기 규제 법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다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희생자인 알리시아 라미레스의 사진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번에는 통과시킬 수 있을까.

미국 의회가 총기 규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원 민주ㆍ공화당 의원들은 물밑 협상을 통해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 선별 검사 등 일부 진전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악관은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영화배우까지 앞세워 여론전도 펼쳤다. 하지만 공격형 총기와 대용량 탄창 금지, 개인 총기 판매 신원조사 확대 같은 기본적인 규제안도 벌써부터 배제되는 분위기여서 실제 타협안이 통과된다 해도 총기 규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7일(현지시간) 미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민주당 크리스 머피,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을 비롯해 협상단이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텍사스주(州)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발생한 18세 남성의 총기 난사로 학생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한 뒤 총기 규제 법안 처리 여론이 확산된 덕분이다.

CNN은 △학교 보안 강화 △정신건강 관리에 더 많은 자금 제공 △18~21세 사이 사람이 AR-15와 같은 고성능 반자동소총을 구입하기를 원할 때 청소년 기록을 고려할 수 있도록 보장 △각 주의 ‘붉은 깃발법’ 통과 시 연방 차원 인센티브 제공 등이 협의 목록에 올라있다고 보도했다. 붉은 깃발법은 자신 혹은 타인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총을 판사 허가에 따라 일시적으로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19개 주에 존재하는 이 법을 더 많은 주에서 통과시키도록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이 요구하는 총기 규제 수준에는 못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자동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제한, 총기 구매자 연령 상향 및 신원조사 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게다가 낮은 수준의 총기 규제안마저 공화당에서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CNN은 한 관계자를 인용,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사석에서는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을 21세로 상향 조정하는 데 개방적 입장을 보였지만 공화당원 대부분이 반대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최종 합의안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과 함께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과 함께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백악관과 민주당은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여론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는 이날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브리핑룸 연단에 섰다.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유밸디 출신이기도 한 매코너헤이는 희생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책임 있는 총기 소유자들은 (총기 규제 반대론자의) 수정헌법 2조 남용에 신물이 났다”라고 말했다. 미국 내 총기 소유 근거가 되는 수정헌법 2조를 과잉해석해 최소한의 총기 규제와 안전 대책 확보마저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르면 8일 연방 차원 ‘붉은 깃발법’과 반자동 소총 구입 연령 상향, 대용량 탄창 금지법 등 두 가지 총기 규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 법안이 하원에서 처리된다 해도 상원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민주ㆍ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60석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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