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출 사기 잡아낸다" 독특한 핀테크 만든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입력
2022.06.08 04:30
"아파트 담보한 마이너스 통장 만들 것"
제2금융권 대출을 중개해주는 구독형 여신 플랫폼 지향

"네이버 검색창에 대출을 입력하면 엄청난 광고가 떠요. 비은행권과 대출모집인(브로커)들의 광고죠. 그만큼 어지러운 시장을 정보기술(IT)로 바꾸고 싶어요."

김대윤(41) 대표가 2015년 금융기술(핀테크)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피플펀드를 창업한 이유다. 피플펀드는 과거 개인간거래(P2P) 금융서비스로 불렸으나 2020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및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온투업체로 불리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6월 최초로 등록한 온투업체들 중 하나다.

온투업체들은 개인이나 기업이 투자한 돈으로 대출을 해준다. 따라서 투자를 받지 못하면 대출을 할 수 없다. 이자율은 은행보다 높지만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보다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중금리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온투업에 투자한 개인이나 기업도 대출 이자를 통해 일정 수익을 얻으면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부상했다.

현재 온투업체는 48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피플펀드는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11개 온투업체 중 대출잔액 기준으로 1분기에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가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온투업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벽화는 유명 그래피티 예술가 알타임 조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스마트폰 앱으로 대출

피플펀드 서비스는 이용방법이 간단하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내려받아 설치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대출 신청을 하면 30초 안에 심사 결과와 대출 가능 한도,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피플펀드에서 대출 조건에 동의한 이용자의 소득 및 신용정보를 KTB신용정보와 나이스신용정보에서 가져와 심사한 뒤 대출을 해준다. "대출액 입금까지 1시간, 길어도 하루 안에 끝나요."

만약 심사에서 무연체 패턴 등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심사를 한다. 무연체 패턴이란 지금까지 연체를 하지 않아 신용도가 높지만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경우다. "고신용자 중에서도 위험한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15년간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연체 한 번 없었는데 갑자기 최대한도로 대출을 신청하면 이상 징후로 보죠. 나중에 빚을 갚기 어려워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무연체 회생 가능성이 높아요. 비은행권에서 종종 나오는 계획적 대출 사기 유형이죠."

취급하는 대출상품은 개인들을 위한 중금리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다. "온투업계에서는 신용대출 액수가 월 100억 원 이상 넘은 경우가 없어요. 그런데 피플펀드는 월 250억 원씩 대출을 해주죠."

대출금리는 신용대출의 경우 평균 10.3%, 주택담보대출은 8~9%다. "제2금융권에서 15%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겨냥해요.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금리를 떨구기 위해 많이 갈아타죠."

김 대표는 무연체 패턴을 찾아내며 대출금을 갚지 않는 부실률을 2.5%로 낮췄다. 연체율도 평균 0.87%이다. "부실률이 가장 중요한 숫자죠. 제2금융권의 부실률은 평균 5%로 알려졌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4.2%입니다. 여기 비하면 많이 낮죠."

AI가 잠재적 위험군과 신규 고객 찾아내

김 대표는 서비스의 핵심이 인공지능(AI) 엔진이라며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AI 설명에 할애했다. "수많은 무연체 사례로 내부 연구소에서 개발한 AI를 기계학습 시켰죠. 이를 토대로 AI가 위험한 대출신청자를 사람보다 정확하게 판단해요."

여기 필요한 자료들은 신용평가사들에서 구입한다. "제2금융권 전체 자료를 샀어요. 창업 후 3년 동안 40억 원 이상 자료 구입에 투자하면서 대출 서비스를 거의 하지 않고 AI를 학습시켰죠. 그렇게 해서 2019년 부실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AI 엔진을 완성했어요."

AI 엔진은 매달 새로운 변수를 적용해 갱신한다. 이 때문에 직원 180명 중 50% 이상이 개발자다.

AI 연구소에서는 신용정보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존 자료들과 중복되지 않는 피플펀드만의 위험 요소를 판단하는 독자 자료들도 개발해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앱에 짧게 머물고 대출신청을 하면 위험하다고 봐요. 앱 체류 시간 등은 기존 신용정보사에서 알 수 없는 자료죠. AI가 오판하지 않도록 1,600여 종의 변수들을 조합해 위험 요소를 판단해요."

그래서 김 대표에게는 오히려 대출 부실로 이어진 데이터가 소중하다. "1분기에 2,000건 이상 대출을 해줬는데 부실은 2, 3건에 불과해요. 부실 데이터는 AI가 잠재적 위험군을 가려내는 재료가 되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다르듯 은행권과 온투업체를 찾는 고객들이 완전히 달라요. 비은행권에서 중금리 대출 사업을 하려면 4년 이상 운영하며 부실 사례를 쌓아야 해요. 그래서 창업 후 3년간 매달 1조 건의 개인신용대출 조회가 몰리는데도 10억 원 정도만 승인하면서 부실 사례를 테스트했죠. 이런 준비 없이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위험해요."

위험군 못지않게 AI가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해 안전 대출자를 판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린 데이터로 고객을 찾아요. 데이터가 제일 정확하니까요."

요즘은 직장 생활 3년 미만의 20대 직장인들을 위한 신용 평가 모델을 AI 엔진에 적용하고 있다. "20대들은 직장을 자주 옮겨요. 1년 안에 직장을 옮기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어요. 자주 이직해도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금융 생활을 하는지 살펴보고 대출해주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죠."

AI 분석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해 주지 않는 정기 소득이 없는 자유 직업군 대출 심사도 한다. "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판매원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어요."

여기에 맞춰 김 대표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지만 안정적 금융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특별 전략 구간을 설정했다. “특별 전략 대출자들이 전체 대출의 5%를 차지해요.”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틈틈이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그는 천장에 피플펀드 로고가 크게 붙어 있는 휴게실에 직원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사양의 게임용 PC 10대를 설치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휴 자금 있는 개인 및 기업들이 투자

투자 또한 앱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1인당 투자한도는 3,000만 원이다. 12만 명에 이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중간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 30대 남자들이 많다.

대출의 종잣돈 역할을 하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투자 수익률은 연 평균 7%입니다. 1년간 1,000만 원 투자하면 70만 원 벌죠. 투자 수익은 매달 나눠서 줘요. 수익률을 높이면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조건 높일 수 없어요."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한다. "10억 원 이상 유휴 자금을 갖고 있는 법인들이 주로 투자하죠. 4년 이상 장기투자여서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들이 참여해요."

국내 금융기관들이 투자하고 싶어 김 대표를 찾아오기도 한다. "제2금융권 중 7개사와 논의 중이고 이 가운데 4개사와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온투업법에 국내 금융기관도 투자할 수 있다고 돼있으나 관련법이 충돌하면 해석이 필요하다고 단서가 붙어 있어요. 국내 금융기관들이 온투업에 뛰어들면 이자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떨어져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죠."

“그렇게 사업하면 망한다” 벤처투자사에서 배우고 창업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에서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를 다니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2010년 미국에서 일었던 스타트업 붐을 보고 퇴사한 뒤 벤처투자업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찾아갔다. "당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사업 계획을 듣더니 그렇게 사업하면 망하니 와서 배우라며 입사를 권했어요."

그렇게 그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비트윈, 크로키닷컴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 감각을 익혔다. "그때 금융규제 없애겠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핀테크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죠."

“아파트 담보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저축은행 위한 대출중개할 것”

공교롭게 부친이 은행에서 오래 일하다가 퇴직 후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일을 했고, 김 대표도 베인앤컴퍼니 시절 솔로몬저축은행의 인수 심사를 담당해 제2금융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는 기존 제2금융권에 없는 독특한 상품 계획이 가득하다.

앞으로 그는 아파트를 담보로 삼는 마이너스 대출 통장 같은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아파트 가진 사람이 한 번 심사를 받고 앱을 통해 마이너스 통장처럼 이용할 수 있는 소액 대출 상품을 하반기에 내놓을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27개 서류를 앱으로 제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최종 등기마저 비대면 처리하기 위해 개발 중이죠."

독특하게 대출을 다른 금융기관에 연결해 주는 대출중개 사업도 조만간 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출중개는 직접 개발한 AI 신용평가 모델로 신용등급을 평가한 뒤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도록 연결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국내 69개 저축은행 중 3분의 1가량이 신용평가 모델이 없어서 개인신용대출을 하지 못해요. 이들에게 1%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김 대표가 지향하는 것은 여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구독형 금융서비스 플랫폼(LaaS)이 되는 것이다. "비은행권 저축은행들을 이기고 대출을 많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대출을 중개하는 여신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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