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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높은 벽 실감... 한국, 브라질에 1-5 완패

입력
2022.06.02 22:34
수정
2022.06.02 22:4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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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후반전, 손흥민이 2대1 패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후반전, 손흥민이 2대1 패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최강’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한국은 브라질의 현란하고 간결한 플레이에 번번히 뒷문이 뚫리면서 5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페네르바체)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는 등 5골을 내주며 1-5로 졌다.

0-1로 뒤지다가 황의조(보르도)의 동점골로 잠시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브라질의 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 라인 호흡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세계 최강 화력을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벤투 축구의 철학인 빌드업도 전혀 구현되지 못했다.

한국의 브라질전 상대전적은 7전 1승6패가 됐다. 1999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김도훈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이날 브라질은 정예 멤버가 출격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네이마르를 비롯해 히샬리송(에버튼), 하피냐(리즈) 등 호화 공격진이 한국 골문을 노렸다. 수비진에도 다니 알베스(바르셀로나), 티아구 실바(첼시) 등 특급 선수들이 포진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 등 해외파 3인방이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정우영(알사드)과 백승호(전북)가 중원에 섰고 그 앞에는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서울)이 자리했다. 수비라인에는 홍철(울산), 김영권(울산), 권경원(감바 오사카), 이용(전북)이 서고 골대는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을 필두로 한 태극전사와 네이마르를 앞세운 '세계 최강'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에 6만5,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선 상암벌은 축구 열기에 제대로 휩싸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과 함께 브라질의 맹공에 식은땀을 흘렸다. 한국은 전반 1분 만에 프리킥 상황서 히샬리송에게 헤딩 슈팅을 허용, 골문이 열렸다. 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위기를 넘겼다.

몇 차례 슈팅을 허용하던 한국은 결국 비교적 일찍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7분 문전 혼전 상황서 프레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팅을 히샬리송이 발만 갖다 대 방향을 바꿨다. 공은 김승규의 손을 맞고도 그대로 한국 골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의 위기는 계속됐다. 전반 9분엔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가로챈 네이마르가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내준 공을 프레드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도 조금씩 반격에 나섰다. 전반 12분 손흥민의 슈팅이 수비수에 맞고 흘러나오자 황인범이 재차 슈팅했다. 공은 골문 구석으로 향했지만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냈다.

흐름을 탄 한국은 결국 한 방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31분 황희찬이 중원에서 돌파한 뒤 황의조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황의조는 수비수를 등 진 뒤 그대로 터닝 슈팅, 브라질 골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그러나 1-1 균형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42분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연달아 두 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한국을 위협했다. 결국 이용이 산드로와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고,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브라질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는 특유의 여유로운 슈팅으로 김승규의 방향을 속이며 골대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후반전에도 브라질의 맹공은 이어졌다. 후반 12분 김영권이 산드로에게 파울을 범해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전반전에 이어 또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는 이번에도 여유롭게 김승규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득점, 멀티골을 넣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14분엔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브라질은 후반 26분 유럽축구연맹(UEF)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결승골을 책임진 비니시우스를 투입,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35분 에이스 네이마르를 빼고 들어간 필리페 쿠티뉴(애스턴 빌라)가 한국 수비진의 실책을 틈타 득점, 4-1까지 달아났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끝까지 만회를 노렸으나, 끝내 추가골은 얻지 못했다.

오히려 브라질이 교체투입된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가 홀로 3명을 제치는 '원맨쇼' 끝에 득점, 5-1을 만들었다. 한국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4골 차이 패배를 당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정당한 패배였고 정당한 결과였다”며 “오늘 경기 분석을 통해 다같이 논의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주장 완장을 차고 최강을 상대한 손흥민은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이 실망하실 수 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해 여기 오신 팬들의 얼굴에 미소를 피어드리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벤투호는 대전으로 이동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6월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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