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법안 발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25일 개최됐다. 오랜 기간 공전하던 입법 절차가 한 걸음 진전한 것이지만 여당이 불참한 반쪽 공청회로 열린 터라 법 제정이 순조롭지는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에 이견이나 반대를 표명하는 건 양심의 자유지만 입법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더구나 시민 10만 명이 서명해 법 제정을 청원한 것이 이미 1년 전이고, 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들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기간이 40일이 넘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여야가 법 제정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공청회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주최해야 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원회 차원에서 열렸다. 공청회 진술인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3명으로만 구성됐고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들만 참석했다. 국민의힘이 공청회 일정 합의도, 진술인 추천도, 공청회 참석도 보이콧하는 식으로 입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유감이다. 심지어 ‘입법 강행에 반대한다’는 성명까지 낸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이며 입법부가 지켜야 할 인권은 누구의 인권인가.
선진국들에 비하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참 늦었고, 최근 우리 사회에 약자 혐오와 차별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보면 더더욱 입법이 시급하다. 국민 여론도 최근 수년간 일관되게 찬성 의견이 높았다. 김종훈 대한성공회 신부는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기독교인들도 차별금지법을 적극 지지한다”며 “종교인들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것은 일부 의견이 과잉대표된 것”이라고 밝혔다. 과잉대표된 일부 보수 개신교와 이들 눈치를 본 국회의원들 때문에 법 제정이 이토록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갖고도 여태 입법을 미뤄온 책임이 크다. 더 이상 개신교 표와 당내 이견을 의식해 미적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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