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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발사와 중러 도발, 격랑에 빠진 한반도 정세

입력
2022.05.26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첫 NSC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첫 NSC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떠나자마자 도발에 나선 점으로 미뤄 한미일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의 한일 방공구역 침범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도발이다.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다시 선명해지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 또한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특이하게 장ㆍ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발사했다. 첫 발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화성 17형’으로 추정되며 두세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관측된다. 북한이 한반도 남단과 주일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두는 SRBM을 ICBM과 함께 섞어 쏜 것은 처음이다. 도발 수위를 한층 격상한 것인데,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핵 선제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북한의 ICBM 도발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연쇄 방문과 한미ㆍ미일 동맹 강화를 겨냥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전날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의 한일 방공구역 침범 또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쿼드 정상회의 등 미국 중심의 동맹을 견제하는 경고성 도발이다. 북한이 중러와 보조를 맞춰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미국의 제재 완화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한미 정상 간에 ‘북핵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초강수를 합의한 마당에 북한의 도발은 강대강 대치만 격화시킬 뿐이다.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멈추고 한미가 내민 대화의 손길을 잡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또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한다. “북한을 달래는 시대는 끝났다”는 식으로 북한을 몰아붙인다면 한미일과 북중러의 위험한 대결 구도를 헤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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