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점주들의 불만, 맞지만 틀리다

입력
2022.05.25 10:10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16> 일회용품 보증금제 유예의 이면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6월 10일 시행 예정이던 컵 보증금 제도가 6개월 늦춰지게 됐다.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제도 시행은 잠시 늦춰졌지만 가맹 점주들은 제도 폐지를 원하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가맹 점주들의 불만은 보증금제 시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의 증가와 반환된 컵의 보관, 즉 컵 쓰레기 처리를 떠안는 것이다. 보증금제 시행으로 프랜차이즈 카페의 책임이 커지는 것은 사실인데 제도 폐지로 갈 만큼 문제가 많은 것인지는 따져볼 게 많다. 많은 쟁점이 있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담 떠넘기기 막아야

우선 비용 부담의 증가다. 가맹점은 컵 하나당 보증금이 붙은 컵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라벨 비용 7원과 반환된 컵의 처리비 4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보증금제 시행으로 11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증금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비용도 있다. 플라스틱 컵 폐기물 부담금이 면제되고 컵 표면에 브랜드 로고 인쇄가 금지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용이 줄어든다. 즉 보증금제 시행으로 컵 원가가 줄어든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게 컵을 판매할 때 원가 절감액을 컵 가격에 반영하면 가맹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고도 남는 부담은 소비자 판매가격에 전가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우면 미반환보증금을 활용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익은 취하고 부담은 모두 가맹점에 떠넘기지 않도록 환경부가 잘 조정해야 한다.

회수 컵 처리, 발상의 전환이 필요

다음은 컵 쓰레기 처리의 문제다. 남의 매장 컵 쓰레기까지 왜 떠안아야 하느냐고 불만이다. 주로 테이크아웃 전문 작은 매장에서 문제제기를 거세게 한다. 그런데 다른 매장 컵을 들고 온 사람을 쓰레기 버리러 온 사람이 아니라 다른 매장을 이용했던 손님이 우리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어떨까? 손님들이 우리 매장을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고 보면 어떨까?

물론 보증금 컵만 전문적으로 수거해서 반환하는 사람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무인회수기나 전문 수집소를 확대해서 카페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 뉴시스


배달용기와는 또 다른 문제... 단계적 적용 필요

배달용기 문제도 심각한데 왜 컵만 규제하느냐는 불만도 있다. 맞는 말이다. 배달용기도 문제다. 그런데 길거리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배달용기는 보증금 말고 다른 방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컵에 보증금 라벨을 붙이면 재활용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컵에 로고를 인쇄하는 것이 재활용에 더 치명적이다. 컵에 로고 인쇄를 금지하고 재활용 세척공정에서 떨어지는 라벨을 작게 붙이는 것이 재활용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왜 모든 카페에 적용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동네 카페까지 모두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단번에 모두 적용하기는 어렵다.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내 현실 고려해 반드시 제도 시행 필요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회용품 사용 급증으로 쓰레기 대란의 상시 위협에 처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선진국이다. 우리도 이제 다른 나라가 벤치마킹하는 제도를 먼저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날이 더 더워지면 투기되는 컵으로 길거리가 엉망이 될 것이다. 이것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소비자와 매장이 지금보다 조금 더 불편해지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조금 더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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