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주제곡 작곡한 방겔리스 별세...향년 79세

입력
2022.05.20 14:04
수정
2022.05.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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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로 세계적 명성
영화 '불의 전차' '블레이드 러너' 음악감독
프랑스서 코로나19 치료받던 중 타계

1992년 당시의 방겔리스. AFP 연합뉴스

1992년 당시의 방겔리스. AFP 연합뉴스

영화 ‘불의 전차’와 한일월드컵 주제곡으로 유명한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방겔리스가 1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향년 79세.

로이터통신은 방겔리스의 변호사 사무소가 낸 성명을 인용해 그가 이날 밤 늦게 별세했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그리스 현지 매체들은 방겔리스가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고인을 가리켜 “전자음악의 선구자”라며 “불의 전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난 그는 그곳에서도 계속 우리에게 음악을 전해줄 것”이라고 애도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인 방겔리스는 20대 초 5인조 록 밴드 포밍크스를 결성해 활동하다 해체 후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드는 등 일찍부터 왕성한 창작력을 보였다. 이후 1968년 데미스 루소스 등과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를 결성해 ‘Rain and Tears’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등을 히트시키며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밴드 해체 후엔 솔로 활동과 영화음악 작곡을 병행했다. 1979년 영국 록 밴드 예스의 존 앤더슨과 의기투합해 ‘존 앤드 방겔리스’로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영화음악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선수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1981)는 그를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영화 주제곡으로 198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곡상을 받았고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금도 그리스 유일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로 남아 있다. 이 밖에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1492 콜럼버스'(1992) 등의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 주제곡을 비롯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의 주제곡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최근엔 우주를 주제로 한 음악을 잇달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Mythodea’(2001)에 이어 2016년엔 세계 최초로 혜성을 탐사했던 유럽우주기구(ESA)의 우주 탐사선 로제타를 주제로 한 앨범 ‘Rosetta’를 발표했다. 지난해엔 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를 주제로 한 ‘Juno to Jupiter’를 내놓았는데, 이 작품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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