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입하는 미국 주도 IPEF란? "'동맹' 아니다... 지나친 의미 부여 말아야"

입력
2022.05.20 13:00
수정
2022.05.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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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IPEF, FTA와 달리 자유무역 대신 규범 설정이 초점"
"중국 배제한 적 없어... 지킬 수 있으면 가입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라는 새로운 경제 협력체의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IPEF 참여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인 김양희 교수는 20일 IPEF 가입은 한국이 디지털 전환과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시대 의제에 걸맞은 규범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교수는 IPEF에 대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시장 관세 철폐, 서비스나 투자시장 개방하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면서 "대신 4개의 필러(기둥)로 구성돼 있어, 시장 접근 위주의 기존의 자유무역협정보다는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부응하는 국제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현재 IPEF는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참여가 유력하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주요국과 인도 역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일반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의 FTA에 있는 관세협정 등을 제외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4개의 기둥' 중 선택 가능... 새 국제 규범의 기초 제안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16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16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0월 IPEF를 제안한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을 보면 '기둥'은 ①공정 무역 ②탄력적 공급망 ③인프라와 청정에너지, 탈탄소화 ④공정 조세 및 반부패 등 4개다. 미국은 4개 기둥 모두에 참여를 권고하지만 모든 기둥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FTA나 다자무역체제에서 모든 의제를 다 합의하고 조약을 맺는 형식보다 유동적이다.

김 교수는 이들 의제가 시장적 접근을 중시해 큰 기업이 주로 혜택을 얻는 FTA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IPEF에는 자유무역이라는 용어가 없다. 자유무역보다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무역을 해야 한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목표로 제정이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장 부문에서도 "IPEF에서 추구하는 것은 디지털 통상이라는 빅테크 기업들만이 혜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나 중소기업이나 여성들이 훨씬 더 참여가 가능한 디지털 전환에 걸맞는 새로운 무역 규범, 글로벌 규범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급진전하고 있고 공급망 재편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것들이 사실 기존의 FTA에는 없고, 다자무역기구인 WTO(세계무역기구)는 생명을 다해 간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규범을 만드는 곳이니까 우리의 국위에 맞게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IPEF, 중국 배제한 적 없어... '경제동맹' 의미 부여 너무 과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AP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AP 연합뉴스


IPEF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도 그렇고 미국 어느 나라도 중국은 안 된다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다"면서 "IPEF는 반중연대가 아니라 반노동, 부패, 반환경, 불공정무역에 반대하는 것뿐이라서 이것을 지킬 수 있는 나라라면 누구든지 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동시에 IPEF를 '동맹'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너무 과한 의미 부여"라면서 "언론에서 동맹이라는 말을 너무 오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군사동맹을 넘어서 경제동맹, 기술동맹 하는 거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면서 "IPEF는 경제동맹을 만들고 기술동맹을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협력을 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행정 협정이라 구속력 약해... 향후 조약으로 발전할 여지도


리셴룽(왼쪽) 싱가포르 총리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3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국가 중 하나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리셴룽(왼쪽) 싱가포르 총리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3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국가 중 하나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IPEF 체계와 FTA와의 또 다른 차이점은 의회의 비준이 당장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FTA 같은 경우는 미국이 의회에서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인데, IPEF는 행정 협정이라고 해서 의회까지 갈 필요 없이 미 행정부 내에서 결정하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외려 IPEF 체제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바이든을 잇는 차기 대통령이 역시 의회 동의 없이 IPEF 또는 그 일부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9일 발표한 IPEF를 다룬 '세계경제 포커스' 보고서를 보면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과 아직 의제나 논의 방향에 불확실한 면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IPEF는 당분간 지속성과 확정성에 일정한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참여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KIEP 보고서는 "IPE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협상 결과가 구속력 있는 협정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큰 것은 무역 필러로, 그중에서도 디지털 경제 및 기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노동이나 환경, 통관을 포함한 수입 관리는 개혁과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국내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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