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 또... 넘쳐나는 현수막 쓰레기

입력
2022.06.04 19:00

대선, 지선 통틀어 선거 현수막 20여 만 장 제작
국민혈세로 제작된 현수막 대부분 소각·매립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쓰레기 대란'

지방선거가 끝난 2일 서울시 은평구의 한 집하장에서 철거된 선거 현수막이 모아지고 있다. 은평구청은 현수막에 쓰인 천과 목재는 분류해 재활용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방선거가 끝난 2일 서울시 은평구의 한 집하장에서 철거된 선거 현수막이 모아지고 있다. 은평구청은 현수막에 쓰인 천과 목재는 분류해 재활용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6·1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서 위탁업체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 철거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6·1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서 위탁업체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 철거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선거가 끝나자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기간 전국 곳곳에 내걸려 있던 각종 선거 현수막이 선거 다음날 일제히 철거되면서다.

광역·기초단체장 및 의원, 교육감,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동시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 총 7,572명의 유효 후보가 나섰다. 이들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선거구내 읍·면·동 단위별로 2개까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제작, 게시된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 장, 길이로 따지면 1,300여 ㎞로,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에 육박한다.

여기에 지난 대선 제작된 물량까지 합하면 올해에만 20여 만 장의 선거 현수막이 만들어졌다. 훼손 및 오염, 문구 변경 등으로 인한 추가 제작과 정당에서 선거 전후 내건 현수막까지 합하면 실제 제작된 현수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거리에서 종로구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철거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서울 종로구 이화동 거리에서 종로구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철거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2일 서울 은평구 역말사거리에서 은평구청 광고물 정비팀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은평구 역말사거리에서 은평구청 광고물 정비팀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홍보수단을 동원한다. 선관위 기준에 따른 현수막부터 벽보, 인쇄물은 기본이고 명함과 유세차량까지 준비한다. 이렇게 제작된 선거 홍보물 대부분은 선거 직후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 또는 매립된다. 재활용되는 비율은 평균 25%에 불과하다.

선거 현수막은 소각 등 처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교통안전을 위협하거나 도시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현수막은 플라스틱 폴리에스터가 주성분이다 보니, 생산과 폐기 과정 모두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시각적으로 돋보이기 위해 원색의 잉크를 다량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 횡단보도 인근에 중점적으로 게시되다 보니 선거 현수막이 신호등이나 교통안전 표지판을 가리기 십상이다. 울긋불긋한 현수막이 신호등의 가시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건물의 일부 또는 전체를 감싸는 대형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다.

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집하장에서 은평구청 광고물 정비팀 직원들이 관내 교차로 등에서 철거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집하장에서 은평구청 광고물 정비팀 직원들이 관내 교차로 등에서 철거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0일 광주 전남대학교 후문 앞에서 고의로 훼손된 광주지역 후보자의 현수막을 교체해서 달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0일 광주 전남대학교 후문 앞에서 고의로 훼손된 광주지역 후보자의 현수막을 교체해서 달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불과 며칠 만에 쓰레기로 전락할 선거 현수막 제작에 국민의 혈세가 쓰여지고 있는 사실. 공직선거의 법정비용 보전 제도에 따라 선거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혈세가 투입된 현수막이 각종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선거용 현수막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사용 중단을 국회 및 선관위 등에 요구하고 있다.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현수막 대신 SNS등을 통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근본적인 개선안이 선거법상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선거 직후 반복돼 온 쓰레기 대란은 2년 뒤 총선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평택시 한 유세차량 제작업체에서 후보의 이름과 공약이 랩핑된 차량들이 제작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평택시 한 유세차량 제작업체에서 후보의 이름과 공약이 랩핑된 차량들이 제작되고 있다. 뉴시스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9일 경기 고양시 행신역 거리에 걸린 현수막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9일 경기 고양시 행신역 거리에 걸린 현수막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 정부 인천지방합동청사 외벽에 인천시 선거관리위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 미추홀구 정부 인천지방합동청사 외벽에 인천시 선거관리위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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