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서 넘어온 고발 사주…김웅 운명은 ‘단짝’ 송경호 손에

입력
2022.05.20 04:30

서울중앙지검,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 중
송경호, 대학 시절부터 김웅과 막역한 사이
불기소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일 듯

2019년 국정감사에서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관련 수사의 실무 책임자로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국정감사에서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관련 수사의 실무 책임자로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오르게 된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30년지기 단짝 친구'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수사 대상자로서 만나게 됐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며 손준성 검사를 기소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범으로 지목한 김웅 의원에 대해선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검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29기 검사 인연 재조명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김웅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기로 대학 시절 사법고시 공부는 물론, 농구 등 취미 활동까지 함께한 동갑내기 단짝 친구다. 사법고시도 1997년 나란히 합격했으며, 윤석열 사단의 주축인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2020년 1월 김 의원이 검사 옷을 벗으면서 공개적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지적하면서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봉건적인 명에 거역하라'는 사직 인사 글을 남겼을 때, 송 검사가 각별한 마음을 담은 응원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송 검사는 "그동안 고비고비마다 여러 도움을 주셨습니다. 처음 감사의 맘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 어디에서나 주변에 영감을 주면서 빛날 것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수사 책임자와 수사 대상으로 만난 30년지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는 지난 11일 김 의원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김 의원은 손 검사와 공범이지만, 사건 당시 총선에 입후보한 민간인 신분"이란 이유로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의원을 기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의원이 손 검사에게 고발장을 전달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이상, 김 의원을 공범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기소 여부에 대해 1차적으로 판단하지만, 최종 판단은 단짝인 송 검사가 하게 된다.

일각에선 김 의원에 대한 무혐의 처분도 예상한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개최한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에서 다수 위원들이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최종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할 경우, 두 사람의 친분이 부각되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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