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협치보단 성과"... 윤 대통령, 추경안 의결 속도 냈다

입력
2022.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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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취임 후 첫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정권 출범 이틀 만에 '국무회의 소집 - 추경 편성'을 신속하게 마쳐 ‘일하는 정부’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했다. '국무회의를 열기 위한 장관 정족수 확보'가 명분이었지만, '야당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윤석열 정부의 첫 사례'로 남았다. 두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됐다.

이는 윤 대통령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형식적인 협치에 얽매이지 않고 국정 성과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무회의를 열어 국민의힘과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을 의결해 국회로 넘겼다. 윤 대통령은 “늘 강조했다시피 코로나 방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가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손실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의 의무" "법치국가" 등의 강경한 수사를 쓴 것은 국회의 추경안 처리 협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의도로 해석됐다.

이날 국무회의는 자칫 열리지 못할 뻔했다.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으로 임명 절차가 늦어져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탓에 회의 개의를 위한 국무위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 장관 3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국무회의 연기가 아닌 장관 임명 강행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개의 예고 시간(오후 3시)을 5시간 앞두고 박진, 이상민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박 장관과 이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임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마지막 1명을 채웠다.

정권 출범 이틀 만에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을 임명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기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5년간 34명의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것을 국민의힘이 비판한 것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선택은 리스크가 컸다.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의 부적격 장관 임명은 민주당이 내민 협치의 손을 뿌리치고 독불장군이 되겠다는 자기 선언”(이수진 원내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스스로 떠안았다. 말뿐인 협치보다는 성과와 실용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협치, 통합의 메시지를 배제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의 극복”을 강조한 연장선이었다.

윤 대통령은 12일 출근길에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일부만”이라고 답변했다. 필요 시 임명 강행 카드를 조만간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됐다.

국무회의 소집도 속전속결이었다. 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취임 48일, 15일 만에 첫 국무회의를 연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내각의 각 부처와 원활하게 서로 소통해 나가면서 국익과 국민 우선의 일 잘하는 정부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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