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경영난과 부동산 거품이 금리상승 위기 취약고리”

입력
2022.05.12 17:00
24면
구독

[장인철의 관찰]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국내 주식·원화 가치 연일 하락…금융불안정 증폭”
“국지 긴축발작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 가능성도”

미국 ‘빅스텝’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 증시 기술주 지수인 나스닥은 미연방준비제도(Fed)의 0.5%포인트 대폭 금리인상 이튿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4.99% 폭락한 데 이어, 9일에도 4.29% 추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고, 국내 코스피와 원화도 연일 하락해 환율은 1,300원을 향해 다가가고, 코스피는 윤석열 정부 출범일인 10일엔 2020년 11월30일 이후 17개월여 만에 지수 2,6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시장불안은 이번 빅스텝 이후에도 미국의 긴축 전환이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다. 적어도 두 차례의 추가 빅스텝에 0.25%포인트 수준의 통상적 금리인상이 수차례 더해지면서 현재 상단이 1%인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가 연말엔 3%에 이르고, 2023년에도 긴축기조가 이어져 결국 3% 중반대까지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급격한 기축전환은 글로벌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금융완화기에서 긴축기로 넘어가는 전환과정은 사방이 긴장과 위기의 지뢰밭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역시 당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신흥국 채무위기로 연결된 결과이기도 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이번 긴축전환의 위험은 한국 외환위기를 부른 1995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긴축전환기보다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다”며 “글로벌 규모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센터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금리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펀더멘털이 괜찮은 미국과 달리, 경기둔화 가계부채 소상공·자영업자 위기 등 딜레마적 상황이 뒤섞인 상태라 이번 긴축전환의 파고가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신 센터장으로부터 미국 긴축전환 전망, 세계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응방안 등을 듣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한국일보 [논담] 인터뷰에서 "미국의 '빅스텝'으로 본격화한 이번 긴축전환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글로벌 위기 리스크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고영권 기자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한국일보 [논담] 인터뷰에서 "미국의 '빅스텝'으로 본격화한 이번 긴축전환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글로벌 위기 리스크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고영권 기자


"미국 글로벌 위기 가능성 불구 자국 필요 따라 가파른 금리인상 강행할 수도"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긴축 전환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긴축을 가속화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 경제가 긴축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본다. 그동안 돈을 많이 풀어놓은 덕분에 가계와 기업의 재정상태가 양호하고 초과저축이 존재하며, 고용상황도 매우 양호한 상태다. 그러니 최근 8.5%에 이른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게 최우선 정책이 된 셈이다. 미국에서 고물가가 중요한 상황인 건 물가, 곧 인플레이션만큼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임금은 전년 대비 5.6% 상승했지만 물가가 8.5%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2.7% 감소한 셈이다. 근로자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그치고 있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물가안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수요 측면의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달러 강세를 통해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급 측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미국이 금리를 어느 정도 템포로, 어디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가.

“미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금년에 남은 다섯 차례 연준 회의에서 2~3차례 추가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어 금년 연말에는 2.75~3.25% 정도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코로나 팬데믹 재확산 등 악재가 이어져 인플레가 장기화되면 내년 이후까지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큰 폭의 금리인상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올 연말 3% 이상까지 가파른 상승세, 한국과 금리역전 가능성도"

-미국 금리인상의 파장이 글로벌경제에 파급되는 경로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요약한다면.

“미국 금리인상은 거대한 고래의 들숨과 비슷하다. 금리인상으로 미국 달러나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고래가 바닷물을 빨아들이듯 세계에 퍼져 있던 자금이 미국으로 환류된다. 자국에 들어왔던 돈이 미국으로 환류되는 걸 막기 위해 각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요컨대 세계 각국의 동반 금리인상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적정하게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해 자금유출을 막지 못하거나, 화폐가치가 급락하는 국가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는 나라에서도 증시와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국에서 시동된 글로벌 금리상승은 어떤 식으로든 경기둔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는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축, 코로나 팬데믹 등 변수까지 겹쳐져 자칫 경기둔화 요인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신용상 센터장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 관리를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차주의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권 기자

신용상 센터장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 관리를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차주의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권 기자


"미국 긴축전환 과정에 스리랑카, 이집트, 아르헨 등 동시다발 위기 확산 조짐"

-미국의 이번 긴축전환 과정에서 위기가 현실화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의 긴축전환에 앞서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난 등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일부 신흥국과 중· 저소득 국가의 긴장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으로 외화 유출과 부채 부담 증가 같은 타격이 더해지는 양상으로 위기가 번지고 있다. 이미 이집트가 외환고갈로 위기를 맞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 속에서 저금리정책을 고수하던 터키 역시 리라화가 폭락하는 통화위기를 겪고 있다. 이밖에 스리랑카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이 재정고갈, 인플레이션, 식량난 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리인상 부담까지 직면하게 돼 위기 증폭 가능성이 크다.”

-내외금리차 해소와 국내 물가 등을 감안하면 한은도 당분간 동반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어느 수준까지 오르겠는가.

“우리나라도 그동안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1.5% 수준까지 높여 놓았다. 하지만 미국이 앞으로도 몇 차례 빅스텝을 진행한다면 자본유출 및 환율 방어 차원에서 금년 중 3차례 정도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보면 연말까지 적어도 2.25%까지는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의 경우, 경기활성화 요구도 매우 큰 만큼 미국에 비해 금리를 올리는 게 다소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따라서 금년 중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일시적 금리역전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영업 위기, 가계부채, 기업경기 양극화 등 취약고리가 국내 금리인상 딜레마"

-미국 금리인상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도 만만찮은 부담이 되고 있다. 당장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우리 경제는 다행히 미국 금리인상에 맞춰 어느 정도 동반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본다. 올해 성장률 전망 2.5%면 그래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고, 수출도 견고하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 산업·기업별로 경기 양극화가 심해 다수 중소기업 경영이 어렵고, 자영업이 한계상황에 몰린 점 등이 문제다. 주택구입과 주식투자 등에 쓰인 가계대출 역시 금리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 취약고리인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에 맞춘 동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해도 국내 경기상황과 부채 부담 등을 감안해 매우 유연하고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경제정책에서는 중소기업, 소상공·자영업자 등의 경기활성화를 위한 특화 정책이 반드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

-국내 물가상승이 호황에 따른 수요 측면이 아닌, 주로 에너지와 원자잿값 앙등, 글로벌 공급난 등 외부 공급 측면에 의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자칫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세의 발목만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금리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전반적 경기둔화 속에서도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금리인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물가와 환율이다. 만약 금리인상이 적정선에 못 미치면 환율이 오르고, 그게 수입물가를 자극해서 물가상승세를 더 자극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물가상승의 부작용을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무서운 거다. 임금 3% 오르고, 물가 5% 오르면 실질임금은 2%만큼 감소하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환율 상승, 외화자금 이탈 가능성 등 전반적 부작용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금리를 올리는 편익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권역별 부채 증감을 비교할 때 선진국들은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주로 늘어났다. 자료: 국제결제은행(BIS), 한국은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권역별 부채 증감을 비교할 때 선진국들은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주로 늘어났다. 자료: 국제결제은행(BIS), 한국은행


가계부채 증감만 따로 분류해 나타낸 그래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아졌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가계부채 증감만 따로 분류해 나타낸 그래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아졌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동반 금리인상이 적정한 금리인상을 하지 못했을 때 물가·환율 등 부작용을 감내하는 것보다 편익 커"

-국내 금리인상이 가계나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부담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총 12조8,0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차주 1인당 연평균 이자부담으로 치면 64만4,000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물가와 환율 상승이 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자부담 증가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021년 말 기준으로 909조6,000억 원 규모다. 일반 가계대출 증가속도보다 빠르고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데다, 비은행권 고금리대출 비중도 높은 상황이라 금리인상에 더 취약한 상태다. 또한 1인당 대출규모도 평균 3억5,000만 원으로 일반 가계대출 9,000만 원의 4배 정도로 크다. 특히 업황 양극화가 심해 취약차주 및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증폭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 등으로 자영업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측면도 있어 대출상환 연장시한인 금년 9월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는 지원과 함께 정리과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가계부채 부실화 등 긴축 전환에 따른 국내 금융시스템 위험을 예방할 방안이 있다면.

“일반가계 부채든 자영업자 부채든, 금리인상에 따라 부실화가 발생해도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부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취약한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이자상환 유예를 받고 있는 대출액이 약 135조 원 정도인데, 그중에서 디폴트까지 가는 건 5%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5%라면 7조 원 내외 정도다. 그에 비해 은행들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과 준비금이 약 37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7조 원 정도의 디폴트는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은행이 아닌 비은행 부문에서는 국지적인 위기가 나타날 수 있겠다. 물론 부동산가격이 급락한다거나 하면 위기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부채 안정화를 위해선 더 이상 총량이 늘어나는 건 억제하는 게 좋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또는 차익투자 목적의 수요가 엄연히 살아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보다는 과잉규제를 정상화하는 정도로 정책전환을 자제함으로써 가수요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다소 완화하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차제에 차주의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게 좋다.”

"전반적 금융시스템 위기 우려보다 가계·자영업 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더 걱정"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멕시코 페소화 위기를 부르고, 이어 아시아 경제위기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다. 당시와 성격은 다르지만 이미 몇몇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앞서 말한 대로 이미 중남미와 아시아 개도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물가고와 식량난으로 고통이 커지는 아프리카를 제외해도, 앞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위기를 겪었던 일부 유로존 국가들도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미국이 이런저런 사정을 보며 긴축전환의 속도를 조정해줄 리는 만무하다. 미국은 미국의 필요대로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미국이 급격한 긴축전환을 강행하면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쌓인 각국의 막대한 부채가 약한 고리로 작용하며 글로벌 차원의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충격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외환보유고와 은행 건전성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예전 위기 때에 비해 크게 개선되어 있지만, 비상상황을 가정한 대비가 필요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