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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유물, 비닐봉지에 방치한 채"… 레고랜드 개장 반대 나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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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5일) 정식 개장을 앞둔 춘천 레고랜드 시행사가 테마파크 승인을 위한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테마파크 예정 부지에서 고대 유물이 출토됐는데, 애초 시행사가 유적전시관 등을 짓기로 했지만 착공도 하지 않고 일부 유물을 방치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단체는 레고랜드 개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동철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3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레고랜드 개장은) 만행"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강제로라도 개장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강원도는 2011년 9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과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5,683억 원을 투자해 춘천 중도 유원지 일대 도유지·시유지 132만2,000㎡에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LLD, 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을 설립하고, 2013년 10월 멀린그룹과 본 협약도 맺었다. 한데 그때부터 2017년까지 개발 부지에서 청동기의 고인돌과 고구려 시대 돌덧널무덤 등 유구 3,000여 기, 유물 8,000여 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던 레고랜드 개발은 2014년과 2017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유구 일부와 유물을 보존할 유적공원, 유적박물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내줘 정상 추진됐다.
오 위원장은 레고랜드 부지에서 발굴된 유물의 가치를 "우리나라 어딜 가도 이런 유적은 나올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신석기부터 현대까지 모든 유적층이 다 있고, 대규모 청동기 유적이 발견됐다"고도 덧붙였다. 요즘의 현충원과 같은 청동기 시대 수장급들의 공동 무덤인 '집단 지석묘' 48기, 희귀한 청동기 시대 사각 화로 등 귀한 유물들도 이곳에서 출토됐다.
오 위원장은 "2014년 문화재청 매장문화재 분과위원회에서 문화재 평점을 매겼을 때 100점 만점에 91.77점이 나왔다"면서 "원형보존 기본점수가 74점"이라고 강조했다. "도저히 개발할 수 없는 지역에 사업이 이뤄졌다고 보는 게 맞다"는 말이다.
문화재 위원회에서는 애초 '사업 보류' 결정을 냈지만, 이후 조건부 허가로 돌아섰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옆 11만㎡ 규모의 터에 100억 원을 들여 '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를 짓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레고랜드 개장보다 앞선 2020년 12월 이전에 선사유적 테마파크를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81억 원을 들여 9만5,130㎡ 터에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짓는 사업으로 변경됐고, 발굴된 유물은 최장 8년 동안 비닐하우스 안에 방치됐다.
강원도와 문화재청은 "개장 조건에 유적공원과 유적박물관 조성 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보존 조치 이행 지연을 사유로 지자체 인허가 사항인 개장을 중단하라고 요청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오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2013년 조건부 허가를 내줄 때 날짜를 못을 박진 않았지만, 2017년 문화재 보존‧복원 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문화재위원회에 냈던 안에 '(유적공원‧유적박물관 조성 기한이) 레고랜드 개장과 동일일'이라고 돼 있다"는 설명이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문화재청장을 고발한 상태다.
유물 보관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48기 고인돌을 다 해체해 전부 '비닐봉다리'에 담아 8년째 방치하고 있다"면서 "3,000년 전의 유적, 유물을 비닐포대에 담아 8년씩 방치하는 사례가 어느 나라에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의 요청은 하나. 강원도와 시행사가 유적공원과 박물관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레고랜드에) 아이들도 오고 저희도 폭력적인 걸 보이는 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히 저희 입장을 밝히려고 한다"면서도 "강원도가 개장을 연기하고 그동안 잘못했던 걸 인정하고 정확하게 시한을 정해서 (박물관 건립을)하겠다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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