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탄에 美 빅스텝까지...한은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 커졌다

입력
2022.05.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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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창용 총재 첫 주재 금통위
이달 물가 지표, 美 긴축 속도에
4월 이어 연속 금리 인상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고물가 압력에 한은이 재차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빅스텝(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한은의 긴축 행보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취임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달에 이어 한은이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다. 3월(4.1%)에 이어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만큼, 한은으로선 이번 금통위에서 고물가 상황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14일 초유의 총재 공석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연 1.5%까지 인상한 것도, 10년 만의 4%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 시간으로 오는 5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기로 한 것도 한은의 보폭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6월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현 0.25~0.50%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6월 1.50~1.75%까지 올라간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할 경우 한미 금리는 역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미국 금리 인상폭에 따른 자본 유출 문제와 환율 움직임을 봐야 할 것"이라며 연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연속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늦춰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물가만 보고 긴축에 속도를 내기는 여의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금통위 직후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도 "물가만 보면 금리를 더 높여야 되지 않냐 생각할 수 있지만, 경기 하방 위험도 커져 생각이 다양해졌다"며 금통위원들 사이 경기 둔화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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