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출퇴근에 쓴다? 안 쓴다? [팩트파인더]

입력
2022.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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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본 경기도민의 출퇴근
"서울까지 경기도 1시간 27분·인천 1시간 30분"
"월 20일 출근할 경우 인생의 12분의 1 쓰는 셈"
"출퇴근 시간 돌려드리겠다" 교통 공약 쏟아져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JTBC 제공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JTBC 제공


신포시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경기도민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6‧1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여야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달 14일 경선 TV토론회에서 "서울 출퇴근에 내 청춘을 바친다는 대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고 언급한 후,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모은 영상을 봤다. 하나하나 경기도민의 애환이 묻어난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①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산 넘고 물 건너 회사에 도착하는 삼남매의 출근길 풍경부터 ②늦은 시간 퇴근하는 이 세 사람이 함께 택시를 타기 위해 강남역에 모이는 장면(장거리 통근에 만 원씩 모아 '3만 원' 차비를 맞추기 위해)까지 드라마는 곳곳에서 '경기도민'의 고생담이 그려진다. ③둘째 창희는 경기도를 계란 흰자(서울은 노른자)에 비유하는 여자친구와 이별하며 "강북에서 너 만나고 1시간 반 걸려 집에 갔다"며 격분하고 ④첫째 기정은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라며 "저녁이 없다"고 푸념한다.

한데, 이 드라마를 언급하며 여야 후보가 주장한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출퇴근에 쓴다'는 말은 사실일까 아닐까. 유 전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서
"인생의 20%를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내는 것이, 왜 경기도민에게는 당연해야 하냐"고 했고, 김동연 후보도 지난달 28일 '1호 공약'으로 교통정책을 발표하며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4월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경우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평균 1시간 27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①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할 경우 1시간 30분, ②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할 경우 1시간 24분이 걸렸고, 같은 지역 내에서는 서울→서울 47분, 인천→인천 50분, 경기→경기 1시간 36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평균 730만 명. 국토부 조사는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만 잰 것이어서 집과 사무실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매일 출퇴근에 최소 3시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20일만 출근한다고 해도 1년에 720시간, 한 달을 길 위에서 보내는 셈이다. 물론 드라마 대사처럼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계란 흰자"처럼 넓게 분포된 까닭에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출퇴근 길 멀수록 행복지수 급락

지난달 26일 수원 영통구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왼쪽), 16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은혜 국민의당 경기지사 후보. 뉴시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6일 수원 영통구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왼쪽), 16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은혜 국민의당 경기지사 후보. 뉴시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멀고 먼 출퇴근 여정이 행복지수를 깎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은애 가천대 글로벌시티 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경기도민 2만 명을 설문조사해 쓴 논문 '행복과 통근역설: 통근시간의 증가가 경기도민의 행복지수를 감소시키는가?'(2017)에 따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의 행복지수(5점 척도의 3.53)는 경기도내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의 행복지수(3.61)보다 낮았다. 2016년 조사가 진행된 당시 서울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통근에 보낸 시간은 평균 65분(대중교통‧승용차 등)으로 경기도내 45분에 비해 44%가량 길었다. 연구자는 "경기도민의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행복지수가 낮아졌다"고 결론 내리며, "경기도민들은 평균 통근시간 30분을 단축시키기 위해 월 33만 원 정도, 월소득의 약 9%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6·1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앞다퉈 교통 공약, 특히 GTX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구체적 노선을 보면 차이가 있다.

김동연 후보는 'GTX 플러스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계획된 GTX-A, B, C 노선의 추가 연장과 D 노선(김포~팔당), E 노선(인천~서울~포천), F 노선(파주~여주) 신설을 내걸었다. GTX-A, B, C 노선 조속 완공 및 GTX-A, C 노선의 평택 확장을 약속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추가로 D 노선(김포~하남), E 노선(구리~남양주), F 노선(순환)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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