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말한 대로 실제로 이뤄진 적 없어" 농담에도 웃은 바이든

입력
2022.05.02 07:10
구독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6년 만에 등장한 대통령
트레버 노아 풍자에 시달리면서도 빵 터져
"자유로운 언론, 그 어느 때보다 중요"


'데일리 쇼' 진행자 트레버 노아가 30일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데일리 쇼' 진행자 트레버 노아가 30일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가리지 않고 해서 때때로 곤란에 빠지죠. 지난달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서 국제적 스캔들을 일으켰죠. 러시아는 무척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누군가 바이든이 원하는 것은 절대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해 줄 때까지는 말이죠."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간)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초청된 코미디센트럴 채널의 풍자뉴스쇼 '데일리 쇼'의 진행자 트레버 노아의 뼈 있는 농담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노아의 이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와 더불어 그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한 번에 비꼰 것이다.

노아는 질 바이든 영부인이 교사 일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을 사랑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안타깝네요 질, 버니 샌더스를 뽑았어야 했는데"라고 농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학자금 대출 탕감'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야유한 것이다.



6년 만의 출입기자단 만찬 참석, '임기 내내 불참' 트럼프 때린 바이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레버 노아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레버 노아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920년대부터 열린 연례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6년 만이다. 2017년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고, 2020년과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행사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6년 만에 행사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도 만만찮은 입담을 과시했다. "이 만찬에 대통령이 참석한 지가 6년 만"이라면서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한동안 끔찍한 역병에 시달렸고, 코로나19에 2년 동안 시달렸으니까"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를 코로나19 수준의 '역병'이라고 야유한 것이다.



"내가 아프리카계라서 불렀지?" vs "나한테 새롭다며? 그거 칭찬이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한 트레버 노아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한 트레버 노아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하는 연례 만찬에는 1980년대부터 코미디언이 참석해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부터 정치인, 언론인,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풍자 개그로 '때리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었다. 하지만 2018년 행사에서 코미디언 미셸 울프의 농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2019년에는 전기작가 론 처노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강연을 하는 데 이르렀다. 대통령이 등장한 것은 6년 만이지만 코미디언이 초청된 것도 4년 만인 셈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성사된 트레버 노아와 바이든 대통령의 '공방'은 이날의 볼거리였다. 노아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이날 행사에 초청을 받게 된 것을 두고 "약간 혼란스러웠다. 왜 하필 나인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생각해 보니 당신은 '아프리카 혼혈 남성'의 옆에 서 있으면 지지율이 가장 높아지더라"고 말했다.

여기서 '아프리카 혼혈 남성'은 자신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기였던 부통령 시절에 지금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는 점을 에둘러 야유한 셈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레버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내가 당선됐을 때 나한테 '미국의 새로운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말해주지 친구. 나를 '새로운'이란 단어로 수식하는 건 엄청난 아첨이다. 넌 내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79세로 초고령인 데다 건강 이상설이 늘 따라다니는 바이든 대통령 자신을 풍자하는 '자학 개그'다.



"자유로운 언론 활동, 역사상 가장 중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어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어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노아의 발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겨냥해 "모스크바와는 달리 여기서는 대통령을 놀려도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연설 막판을 '언론의 자유'를 위해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위 정보가 엄청나게 증가해 우리 민주주의의 독이 되고 있다"면서 "자유로운 언론의 현재 활동이 지난 세기에 했던 그 어떤 활동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심이다. 나는 항상 좋은 저널리즘이 우리의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믿어 왔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