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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에"... 길고양이 죽이고 SNS 과시한 20대 구속

입력
2022.04.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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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마리 잡아 폐양식장서 6마리 살해
법원 "사안 중대, 혐의 소명" 영장 발부

동물보호단체인 카라 관계자들이 폐양식장에 갇힌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동물보호단체인 카라 관계자들이 폐양식장에 갇힌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폐양식장에서 길고양이를 가두고 잔인하게 죽인 뒤 학대 과정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0대가 경찰 수사 한 달 만에 구속됐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28일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A(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포항시 남구의 한 폐양식장에서 길고양이 6마리를 죽이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길고양이 18, 19마리를 포획했고 이 가운데 6마리를 죽였다. 그는 집에서도 새끼 고양이의 송곳니를 절단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A씨는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붙잡거나 유기묘 보호소에서 분양을 받아 폐양식장에 고양이를 가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데려온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고 해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SNS에 올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과 우울감을 해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신고자들에게 악의적인 협박을 한 점도 주요한 구속 사유에 포함됐다.

한편, A씨의 잔혹한 범행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고, 윤석열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씨도 자신의 SNS에 관련 내용을 공유해 주목 받았다.

청원인은 “폐양식장은 사람도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구조였고, (A씨는) 그곳에서 50마리 이상 ‘고양이 수용소’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범행도구로는 커터칼과 가위, 망, 밧줄, 사다리, 냄비와 버너, 알 수 없는 도구 등이 사용됐다”고 올렸다. 또 “(A씨는) 경찰이 다녀간 날 ‘기분이 오늘만큼 더러울 때가 없다’고 했고, 호주에서는 고양이 사냥이 가능하니 마음대로 하고 살겠다면서 이민을 간다고 했다”며 “이런 잔혹한 학대를 멈추는 방법은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학대자에 대한 처벌이 현실적으로 이뤄지도록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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