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본회의 초고속 상정... 늦어도 5월 3일 입법 마무리

입력
2022.04.27 2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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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회기 쪼개기'로 맞서
검찰 보완수사권 범위 제한 없앤 수정안 상정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 진행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 진행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전격 상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당일 본회의에 올라온 '초고속 상정'이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으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를 통해 무력화를 시도하며 관련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늦어도 다음 달 3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막판 중재에 나섰으나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오후 5시 본회의 소집을 알렸다. 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의회 민주주의와 협치는 설 자리가 없다"고 본회의 소집 배경을 밝혔다.

지난 22일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양당 간 합의를 깬 국민의힘에 책임을 물으며 민주당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그는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최소 24시간의 숙의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한다. 검수완박 법안이 상임위인 법사위를 통과한 시점은 이날 오전 0시 11분쯤이었다. 이날 본회의 상정은 이 같은 원칙에 어긋나지만, 박 의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당일 상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소수 정당의 의견을 듣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으로 마련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위장 탈당'이란 꼼수를 동원해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회기 쪼개기' 맞선 민주당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첫 주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내용과 일방적 처리 절차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박 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이를 파기함으로써 초고속 상정의 명분을 제공한 탓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카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임시회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난다. 앞서 민주당이 임시회 회기를 이날 자정까지 앞당기는 회기 결정 수정안을 의결한 탓이다. 민주당은 다음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국회법상 가장 빠른 날짜인 오는 30일 본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필리버스터 종료 후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30일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이 즉시 표결에 부쳐진다. 171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만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30일 본회의에 상정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나선다면,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전략'을 동원해 5월 3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5월 3일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정기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박 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의결하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의결하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보완수사권 범위 제한 없앤 수정안 상정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일부 존치한다는 박 의장 중재안을 토대로 국민의힘 요구를 일부 반영했다.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의 제한 규정을 없애고 △검찰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수정했다. 이를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할 때 행정부의 재량이 넓어진다는 것이 민주당 측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수정안이 아닌 원안이 통과됐다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법사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성택 기자
강유빈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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