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박탈(검수완박)하는 입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당론을 모았다. 다만 법 시행까지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경찰조직 비대화 방지와 검찰 수사권 이관기구 설치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 정쟁을 키울 게 뻔하고 국민 다수가 탐탁지 않게 보는 일을 이렇게 몰아붙일 일인지 의문이다. 당내 강성 목소리에 휘둘려 민심과 괴리되고 독주 이미지가 씌어진 것이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이유 중 하나인데도 민주당의 변화나 성찰을 찾아볼 수가 없다.
검찰개혁의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지금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은 여권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의 비대한 권한 제한과 민주적 통제에 공감하는 국민은 많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가 지연되고 부실해진 부작용도 해결되지 않았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말한 “견제 없는 권력을 개혁해야 할 때”는 중수청이든 경찰이든 검찰을 대체할 수사력을 충분히 키우고 제도를 안정화시킨 이후여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불과 1년여 만에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상당기간 형사사법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충분히 숙의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 이슈가 정쟁의 블랙홀이 될 것도 우려스럽다. 이날 오전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박홍근(민주당)·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치 양보 없이 설전을 벌였다. 여야의 강경 대치 속에 시급하게 국회가 처리해야 할 추경이나 민생 법안들이 방치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민주당은 당내 이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애석하다. 박지현 비대위원장, 조응천 의원 등이 반대 내지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이런 이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진정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면 민주당은 먼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내고, 검찰 수사를 대체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경찰이 수사력을 강화할 조건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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