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용산 가도 공원 개방은 안 된다"...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까닭은

입력
2022.04.13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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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되면 오염 조사, 정화 필요
국방·국토부는 그 기간을 '7년'으로 잡아둬
곧바로 개방한다는 건 환경재앙 부르는 짓

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지난 6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용산시민연대 등과 함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집회를 벌였습니다. 환경단체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요지를 찬찬히 뜯어보면, 집무실 이전보다는 섣부른 공원 개방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원 공간을 조속히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용산 공원 개방을 서두를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조감도를 제시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조감도를 제시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방 서두르면 환경 오염 문제 전면에 대두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입니다. 용산은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곳입니다. 급기야 유출된 기름이 기지 밖으로 흘러나와 20여 년째 골칫거리가 되고 있죠.

가장 처음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사건은 2001년 1월 녹사평역 하행선 터널 내 맨홀에서 휘발유와 등유가 검출된 겁니다. 조사 결과 기지 내에서 유출된 기름이 지하수를 따라 터널 내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오염지하수 수거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상 오염지하수의 정화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6년 7월에는 녹사평역에서 2㎞가량 떨어진 미군기지 캠프킴 앞 지하 전력구 배수로에 유류가 유입됐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이었고, 이번엔 토양도 오염됐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발암물질도 대거 검출됐습니다. 특히 녹사평역 일대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는데, 최고 농도가 기준치의 1,423배에 달했습니다. 캠프킴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최고 농도가 기준치의 511배를 웃돌았습니다. 이밖에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의 발암물질도 발견됐고,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기지 내부는 더 심각... 기름 유출 최소 84건

기지 내부는 더 심각합니다. 협정상 우리가 직접 기지 내부 오염도를 측정할 수 없지만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2016년 11월 입수한 '용산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사고 기록'을 통해 그 실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해당 기록을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기지의 메인 포스트와 수송부, 캠프 킴 등 358만㎡ 부지에서 총 84건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까지 합치면 100건은 족히 넘습니다. 당시 녹색연합은 "용산미군기지 전체가 오염된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주한미군은 자체적으로 기름 유출량이 1,000갤런, 그러니까 3,789ℓ 이상이면 '최악의 유출'이라 부르는데, 84건 중 7건이 이에 해당했습니다. 그다음인 '심각한 유출'에 해당하는 110갤런(440ℓ) 이상~1,000갤런 미만의 기름 유출 사고도 24건에 달합니다.

반환율 10%에 그쳐... 임기 내 공원조성 불가능

용산미군기지는 당초 2016년 전체 기지 반환이 완료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2027년에 공원을 개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장 간 협의가 미뤄지면서 2019년 12월에야 첫 반환이 이뤄졌죠. 미군기지 반환을 합의한 게 2004년이니 무려 15년 만입니다. 이후 2차례 더 반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전체 면적의 10%에 불과합니다. 계획대로라면 6월까지 4분의 1 정도가 추가 반환될 예정입니다.

문제는 남은 4분의 3입니다. 이에 대해선 아직 반환 협정조차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도 지난해 12월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변경하면서 부지 반환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N+7로만 명시했죠. 부지 반환이 완료되면 7년 내 공원조성을 마치겠다는 겁니다. 기지 내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조사하고, 정화작업을 진행한 뒤에야 공원을 조성할 수 있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윤 당선인이 임기 내 공원을 전면 개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용산공원 반환 현황 및 추진계획. 그래픽=강준구 기자

용산공원 반환 현황 및 추진계획. 그래픽=강준구 기자


괜히 서둘렀다 정화비용 뒤집어쓸 수도

물론 일부 과정을 생략하고 일정을 빠르게 진행한다면 임기 내 공원조성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환을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미국 측에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기지 정화비용 등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어 우리가 반환부터 하겠다고 나서면 반환 그 자체로 협정을 마무리지으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환 후 정화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지하수를 정화하고도 여전히 오염의 정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1, 2년 안에 가능하겠냐는 겁니다. 환경단체 측은 기름유출로 토양이 대거 오염된 상황에서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공원을 조성하면 토양 내 유해물질 등이 대기로 빠르게 퍼져 수년 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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