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지고, 떨리고, 뻣뻣해지고… 혹시 파킨슨병 때문?

입력
2022.04.0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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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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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11일은 파킨슨병에 대한 관심 확대를 위한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 학계에 최초로 병을 보고한 것을 기념해 그의 생일을 따왔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3대 노인성 뇌 질환의 하나로 고령화로 발병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0만716명에서 2021년 11만6,504명으로 5년간 환자가 16% 증가했다.

파킨슨병 증상은 몸이 경직되고, 떨리고, 뻣뻣해지고, 느려지고,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등 4대 증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수면장애, 정신기능 이상, 감각 이상이 동반될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파킨슨병은 완치법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약물 치료 시 일상생활,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 중인 뇌 질환이라 지속적으로 신약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적인 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봤다.

◇ 뇌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환자마다 증상 다양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 등 다양한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떨리거나 잘 걷지 못하는 질환으로만 인식됐으나 이 질환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안정된 자세에서 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증상인 떨림,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 다리를 끌면서 걷게 되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과 같은 운동 증상이 환자마다 다른 조합으로 나타난다.

환자들과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증상은 치매, 불안, 우울, 환시, 수면장애(불면증, 잠꼬대), 빈뇨, 변비, 피로, 자율신경장애(기립성 저혈압, 성기능장애, 땀 분비 이상) 등 눈에 띄지 않는 비운동 증상들이다.

의심 증상이 느껴지거나 지적을 받는다면 신경과 의사 진료를 빨리 받는 게 현명하다. 최근에는 50대 이하 중년에게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20~30대에서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젊더라도 증상이 보일 경우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왜 파킨슨병이 발병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 같은 대기 오염물질 등 환경적 인자가 파킨슨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만큼 확실하진 않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파킨슨병 환자는 전체 환자의 5% 이내인 가족형 파킨슨병 환자 발생만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형의 원인적 역할을 규명하고, 환자에 맞는 맞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의과학자들이 노력 중이다.

◇약물ㆍ운동으로 눈에 띄게 증상 호전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파킨슨병이 진단되면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로 치료하거나 수술을 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 약물 치료에 의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질환은 파킨슨병 외에는 없다.

최근 약 복용을 꺼리면서 운동이나 한방 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잘못된 치료법이라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뇌에서 도파민이 부족할 경우, 뇌 운동 회로를 포함한 연결 기능들의 장애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의 부작용이 걱정돼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당 의사 처방에 따라 파킨슨병 약물의 용량과 용법을 철저하게 지켜 복용한다면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되고, 잘 걷지 못하는 환자가 뛸 수 있게 된다. 오랜 약물 치료로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되고 후기 운동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한다.

뇌심부자극술은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에 전기자극을 줘 운동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이다. 수술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상태가 좋아야 해 보통 75세 이전에 시행한다. 파킨슨병 운동 증상과 운동 합병증을 75% 정도 향상시키기 때문에 삶의 질이 호전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중요하다. 파킨슨병 증상으로 몸의 근육들이 경직되고 근육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지므로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게 매우 도움된다.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곤하고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 특징이라 영양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좋다. 뇌에 좋은 비타민 CㆍE가 많이 포함된 사과, 딸기, 귤,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견과류도 적절하게 먹는 게 좋다.

다만 단백질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 효과를 감소시키기에 고기를 먹을 때는 레보도파 복용 시간과 최소한 1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심각한 증상인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수면장애도 파킨슨병 환자를 괴롭히는 증상이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면 환경 개선이 필요한데, 낮 동안 적당량의 햇빛을 쐬는 게 좋고 수면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TV시청이나 휴대폰, 인터넷 사용은 자제하는 게 좋다.

렘(REM)수면장애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와 배우자가 괴로워하는 증상인데, 잠을 자면서 혼자 중얼거리거나 헛손질을 하면서 옆에서 자는 배우자를 팔이나 다리로 때린다. 이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뇌 신경세포의 소실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담당 의사와 상담한 후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이처럼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매우 다양하게 호소하기 때문에,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상생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면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고 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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