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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연행', '종군 위안부' 사라진 日 새 교과서… "독도는 일본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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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또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공식 사과한 고노 담화(1993년)에도 등장하는 '종군 위안부' 표현도 사라졌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각의 결정한 데 따라 출판사들에 이를 강요한 것이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 또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강화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9일 열린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고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23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심사를 통과한 사회 분야 교과서 31종 가운데 윤리(5종)를 제외한 26종(일본사탐구 7종, 세계사탐구 7종, 지리탐구 3종, 정치·경제 6종)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교과서 신청본에 있던 '일본군 위안부' 또는 '종군 위안부'란 표현이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에 통과한 일본사탐구 7종 중 야마카와사 1종을 제외한 6종은 모두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내용을 기술했으나, '종군 위안부'란 표현은 없어졌다. 이 중 짓쿄출판사는 '일본군 위안부'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근거한 기술이 돼 있지 않다'는 문부성의 지적을 받고 '위안부'로 수정했다. 짓쿄출판사는 이시카와 다쓰조의 작품 '살아있는 병사' 속 위안소 부분을 인용하며 일본군의 관여 사실과 위안소의 확산, 위안부 문제 등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도쿄서적의 정치·경제 교과서에는 고노 담화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지만, "'위안부 문제'에 일본군 관여를 인정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로 돼 있다"는 서술에서 앞부분 내용은 모두 삭제되고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로 돼 있다"는 부분만 살아 남았다.
고노 담화나 아시아여성기금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자세한 기술을 한 곳은 짓쿄출판사가 유일했다. 2017년도 여러 종류의 '일본사B' 교과서에 같은 내용의 기술이 있었던 데 비하면 전체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술이 축소된 것이라고 연대는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노무 동원과 관련, '강제 연행'이란 표현은 검정 과정에서 '동원'이나 '징용'으로 수정됐다. 짓쿄, 시미즈, 야마카와 출판사는 원래 연행, 강제연행 등의 용어로 기술했으나,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근거한 기술로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동원'으로 수정했다. 구체적으로 짓쿄출판사의 일본사탐구 교과서는 애초 "조선인의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 형식으로 시작하여, 1942년부터 관 알선에 의한 강제연행이 개시되었다"라고 기술했지만, "조선인의 일본 동원은 (중략) 1942년부터 관 알선에 의해 행해졌다"라고 수정됐다. 다만 다이이치 교과서는 본문에 '강제연행'을 그대로 두고 주석을 달아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시 중 조선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로, '강제연행'이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각의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다는 연구도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영유권 주장은 일본 정부가 2014년 개정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교과서에 넣도록 한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이번에도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 31종 중 21종(역사계열 14종 중 9종, 지리계열 5종 전부, 공민계열 12종 중 7종)에서 ‘일본의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이 서술됐다. 특히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기술하라고 나와있지 않아 이전에는 독도 영유권 내용이 없던 세계사 과목(세계사탐구)에도 7종 중 2종에 새롭게 들어갔다. 연대는 "자발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은 독도 관련 기술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논평을 통해 "교과서 기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치적 개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대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과 관헌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학대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역대 내각이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했다”면서 “그런데도 아베 신조 내각 이후 교과서에서 일본군, 종군 등의 개념을 삭제해 군의 개입을 부정하기에 이른 것은 자기 부정에 다름 아니며, 일본과 세계 학계의 연구성과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후세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을 버리지 않으려는 모습에 아시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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