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반대파도 중용해 사기 떨어진 검찰 조직 다독여야"

입력
2022.03.24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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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 인터뷰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은 22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세창 회의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당선인과 그 주변 수사가 유야무야되지 않겠냐는 추측에 대해 "당연한 우려"라며 "검찰이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은 22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세창 회의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당선인과 그 주변 수사가 유야무야되지 않겠냐는 추측에 대해 "당연한 우려"라며 "검찰이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권 인수기 신구 권력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둘러싼 공방에 이어 24일에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립으로 법무부가 업무보고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권력에 저항하는 이미지로 대선 주자로 부상해 대권을 거머쥔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반대로 검찰권 강화를 공약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선 "폐지"를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전 완전한 수사, 기소 분리로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2019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와 당선인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에 없던 사법부와 검찰의 퇴행기였다. 그 전까지는 우수한 법관들이 법원 상층부를 구성하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고 애썼다. 검찰도 대개 정의감 있는 이들이 지망하고 그중 우수한 검사가 검찰총장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은 2류가 1류를 내쫓는 형국이었다. 변협 회장들이 추미애 장관 시절 검찰인사 비판 성명을 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생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이번 대선 결과에 현 정권의 사법 정책에 대한 불만도 담겼다고 본다.”

-출범 1년을 넘긴 공수처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그동안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구성원부터 수사 능력, 정치적 편향성까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공수처장의 철학이 분명하지 않다. 이 시점에 공수처가 왜 있어야 하는지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자나 야당 정치인을 수사하라는 게 아니다. 지금 공수처는 관심사가 다른 거 같다. 고위 공직자 비위가 수두룩할 텐데 그런 수사 노력은 보이지 않고 비본질적인 문제에 정력을 낭비했다. 처장을 비롯해 구성원들의 경험이 부족해 수사 역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변협 회장 시절 공수처 설립에 찬성하지 않았나.

“이렇게 운영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검찰이 맹비판받는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제가 있고 공수처는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국민 여론도 그런 쪽이었다. 정부의 개혁 정책을 모두 반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으니 공수처는 소극적 찬성이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더 강하게 반대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 분야 공약은 검찰권 강화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수사 이첩 요구 권한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검찰, 경찰의 고위공직자 수사를 공수처 요구로 넘겨주면 검경 수사는 허사가 된다. 게다가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수처가 사건을 가지고 가서 덮을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살아있는 권력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어서 객관적으로 소신껏 수사하기 힘들다.”

-정치권력이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으로 따지면 대통령이 직접 수장을 임명하는 검찰의 경우가 더 하지 않나.

“검찰은 구성원이 2,000명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다 통제할 수 없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는 개별 검사의 정의감과 균형 감각이 많이 작용한다. 70% 이상의 검사가 옳은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공수처는 인원이 적고 수사 경험이 없는 데다 자긍심도 부족하지만 검찰은 그렇지 않다. 5년 동안 정권 말 잘 듣는 검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영원히 국민 편에 서는 길로 갈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인데 길고 크게 성공하는 후자를 택하는 검사가 대부분이다.”

-공수처는 이제 출범한 지 1년 남짓이다. 법제상으로도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 검찰과 나란히 비교는 무리 아닌가.

“검찰은 기업 수사하다 연관된 권력 비리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 비리를 단독으로 갑자기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수처는 25명 인력으로 기업 수사도 하지 않는데 고위공직자 비리 정보를 어떻게 얻겠나. 구조적으로 청와대의 하명수사, 외부의 우연한 귀띔이나 고소고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인재들이 공수처에 가려 하지 않으니 시간이 흐른다고 검찰 수준이 될는지도 의문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로 한정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당선인은 ‘송치 뒤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 가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논리적으로는 다시 검찰에 모든 수사권을 주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의 질과 성과가 떨어진다는 말을 형사 사건을 맡은 주위 변호사들에게서 자주 듣는다. 준비가 덜 됐다. 게다가 10만 명이 되며 정보수집 능력이 막강한 경찰 인력이 국민 바로 옆에서 수사종결권까지 갖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큰 위협이다. 검찰개혁은 국민의 이익보다 애초 검찰에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정권이 검찰의 힘을 빼려는 목적이 강했다. 무조건 새로 고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해 보고 아니면 원점으로 돌아갈 용기도 필요하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도 갈등 요인이다.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한가.

“법무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이어서 권력에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검찰은 수사 전문 공무원이다. 문제 있는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일이고 그 성과로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수사 과정에 장관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대 장관들이 거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이번 정권에서 3번이나 행사한 것은 반성할 일이다.”

-수사지휘권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라는 취지로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있던 조항이다. 최근의 권한 행사가 문제라고 70여 년 유지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나쁜 수단이라면 없애야 하며 오래 됐다고 그대로 둘 일은 아니다. 장관이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검찰총장이 외풍을 막으라는 뜻이고 그 정도 선에서 서로 조정하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너무 심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없애는 게 낫다. 새 정권이 돌변할지 누가 알겠나.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검찰 통제는 어떻게 하나.

“감찰을 강화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지금은 내부 감찰 위주인데 외부 감찰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다. 검찰 인사를 배제하고 변호사 단체나 학계, 언론계 등 중립 인사로 외부감찰 기구를 만들어 검찰 감시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

-당선인은 검찰 예산을 자체 편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독립성,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온전하게 지키려면 예산의 독자 편성이 필요하다는 법조인이 많다. 최근처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법무부가 무리하게 예산 편성에 개입할 수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수처 이첩권 폐지 등 새 정부 과제의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가능하겠나.

“민주당이 야당이 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공수처는 국회의원 조사도 가능하다.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5년과 달리 검찰에 다시 힘이 실리면 여야 할 것 없이 엄정한 법적 잣대에 따라 기소되고 그중에서는 재판을 통해 의원직이 박탈되는 사례도 나올 것이다. 실제로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에 연루된 의원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 1년 뒤 민주당이 야당이 된 걸 실감하고 실제로 검찰이나 공수처 수사에 맞닥뜨리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민주당이 대선 후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검찰개혁 완수를 강조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으며 대선 후 내부를 다독이는 구호에 불과하다. 비대위 차원의 선언이어서 정치적 무게도 크지 않다. 새 대표가 선임되고 체제가 정상화하면 현실적이고 국민에 도움 되는 판단을 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무엇이었는지 냉정하게 짚어보고 반성할 것은 해서 국민 기본권 보호에 맞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당선인이 검사 시절 자신의 측근을 검찰에 중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보인 적이 있는데.

“대통령이라면 달라져야 한다. 믿을 사람 쓰겠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 일변도면 조직 내에 불만이 생기고 국민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은 3분의 1만 쓰고, 반대하는 사람도 3분의 1, 중간 정도 인사를 3분의 1 기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검사 2,000명을 다 안고 가야 한다. 지금 검찰 사기가 말이 아니다. 다독여서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당선되자마자 김오수 검찰총장 나가라는 압박이 나왔다.

“정권 교체 후 임기제 보장과 실력 있고 존경받는 인사에게 조직의 수장을 맡기는 것은 딜레마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능하고 신뢰받으며 권력과 맞설 기개 있는 사람에게 총장직을 맡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느 쪽이 중요한지 판단해 선택할 문제다.”

-당선인은 본인과 처가 쪽 가족들이 여러 수사에 연루되어 있다. 대통령 당선으로 이런 수사가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당연한 우려다. 검사도 공무원이니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검사의 개인적, 직업적 양심에 달렸다. 제대로 된 검사라면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다행히 많은 검사들은 신뢰할 만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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