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공약 용적률 500%는 '닭장아파트'일까... 먼저 지어진 곳 가보니

입력
2022.03.23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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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주한 수원시 용적률 499% 아파트
전철역 인근에 주변 호재로 수요 높아
일조권, 교통 혼잡 등 일부 주민 아쉬움도

지난해 입주한 경기 수원시의 용적률 499% 아파트 단지 외관. 서현정 기자

지난해 입주한 경기 수원시의 용적률 499% 아파트 단지 외관. 서현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적률 최대 500% 상향을 공약해 부동산 시장에서 '용적률 500%'는 초미의 관심사다. 공약 발표 당시 일각에서는 사업성이 높지만 과도한 고밀개발로 '닭장 아파트'가 양산될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용적률 500%는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나 불가능하지 준주거지역에서는 이미 가능한 수준이다. 이미 그만큼의 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들도 존재한다. 지난 20일 찾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용적률 499%가 적용된 곳이다. 높은 용적률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큰 문제가 없다"는 이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일조권이나 교통 문제로 불편하다"고도 했다.

"일조권 열악" vs "사는 데 지장 없어"

아파트 단지 일부에 앞 동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서현정 기자

아파트 단지 일부에 앞 동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서현정 기자

일반주거지역은 3종이라도 최대 용적률이 300% 밑이지만 이곳은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수원시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다. 최대 46층 높이인 이곳은 높은 용적률로 인해 완공 전 '닭장 아파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각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은 일조권은 저층과 고층 거주자 간 반응이 전혀 달랐다. 6층에 사는 최모(55)씨는 "해가 오전에 2시간, 오후에 잠깐 들어오고 끝"이라며 "실거주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38층에 거주하는 왕모(52)씨는 "높은 곳은 해가 좀 들어와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 간 거리가 짧아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씨는 "맞은편 동의 집이 보이니 대부분 커튼을 치고 산다"고 말했다. 이날도 아파트 단지에는 커튼을 친 집들이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은 학교와 어린이집 같은 인프라도 함께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전모(60)씨는 "젊은 세대가 많다 보니 단지 내 어린이집이 꽉 찼다"며 "다른 단지 어린이집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놀이터, 어린이집도 더 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교통 혼잡으로 인한 불편함을 주로 거론했다. 마주 보는 아파트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80)씨는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아침저녁으로 도로에 차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근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쇼핑몰이 곧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일대 도로가 엄청 막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전문가 "입지 따져 선별 개발해야"

경기 수원시의 용적률 499% 아파트 단지 모습. 서현정 기자

경기 수원시의 용적률 499% 아파트 단지 모습. 서현정 기자

뛰어난 입지 조건이 주거환경 문제를 상쇄하고 남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전철역까지 도보로 15분 거리이고 학군도 좋아 입주가 거의 다 끝났다"고 전했다. 입주한 지 반년이 됐다는 한 주민은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은 조망권, 일조권 정도는 감수하고 살지 않냐"며 "대중교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좋고 쇼핑몰 등 생활 기반시설까지 잘 갖춰져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도시지역 용적률을 300%에서 500%까지 높여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역세권 첫집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주거환경에 맞춰 선별적으로 고밀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인구와 입지를 따져서 고밀개발하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용적률을 높이되 건폐율을 낮춰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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