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가 불러온 '증세'...차기 정부, 사활 걸고 해법 찾아야

입력
2022.03.22 04:30
필요성 제기됐으나 역대 정부 증세 문제 회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사회보험료 줄줄이 오를 듯
세대부조 유지 위해 증세 불가피...새 정부 나서야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34>인구전환기 우선개혁 예고된 '증세'

UN(국제연합)은 통계추정을 넘어선 이례적인 한국형 인구변화에 주목한다. 인구감소 1호인 일본조차 특집방송으로 초저출산의 한국을 다룬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정책실패로 맹질타를 받던 일본(2020년 1.34명)보다 낮은 0.81(2021년·잠정치)명까지 내려앉은 탓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의 관심은 낮다. 출산·양육·교육 등 연령산업만 고민할 뿐 대다수는 무관하다 여긴다. 오판이자 착각이다. 인구변화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직격탄은 피해도 시차를 두고 사회전반에 후폭풍을 던질 대형이슈다.

인구 증가가 전제된 고성장기 작동기제는 이미 기능부전에 빠졌다. 생산·소비주체의 공급감소에 맞춘 신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구 증가로 설계된 연금 등 제도수정도 불가피하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세금체계 개편, 즉 조세개혁도 더 미루기 어렵다.

임박한 초고령사회 ‘못 피할 세금인상’

증세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증세하면 표를 잃는다는 딜레마를 뜻한다. 정치권에선 상식·진리처럼 통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증세를 지연·회피하는 정책과제로 남겨둔 이유다.

그래도 지금껏 잘 버텨 왔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로 곳간지기의 엄격한 재정운영이 한몫했다. ‘경제성장→세수증가’도 기능했다. 다만 상황이 변했다. 2021년 정부살림은 수입(570조 원)보다 지출(600조 원)이 더 많았다(기재부·재정동향).

전체적으로는 지출이 수입보다 빨리 늘어 적자폭이 커진다. 국가채무(GDP 대비)는 50%대를 넘겼다. 절대수치는 OECD 평균(110%)보다 낮지만, 전례 없는 증가속도라 염려된다.

당연히 재정당국의 제1원칙인 ‘세입=세출’의 균형재정은 깨졌다. 세금만으로는 예산이 부족해 빚으로 떠받치는 살림살이란 얘기다. 팍팍한 국민살림을 위해 정부 곳간을 더 열자는 주장처럼 논쟁은 있지만, 늘어나는 빚이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저성장·고령화시대답게 적자국채 의존적인 부채경영은 불가피하다. 지금대로면 빚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조세정책의 근원적인 수정요구가 설득적인 이유다.

고달픈 적자장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둘뿐이다. 세수증대·지출축소다. 지출축소는 급격한 초고령화로 복지수요가 가중돼 쉽잖은 과제다. 더 늘면 늘지 줄이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세수증대뿐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매년 들쑥날쑥하지만, 20%대 초반에 위치한다. 사실상 역대최고치 수준이나, OECD 평균(24.9%·2019년)보다는 낮다. 스웨덴(33.7%)·프랑스(30.5%) 등 복지 대국은 더 높다.

이를 근거로 증세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리더십이 기능할 차기정부 1~3년 내에 다뤄질 확률이 높다. 증세 없는 사회지속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더는 미뤄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높다. 컨센서스를 만들며 증세환경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무책임한 과거경로의 반복일 따름이다. 정치권도 역설에 숨기보다 솔직한 자세가 필요하다.

증세행로는 단계적이나 무차별적일 걸로 보인다. 어떤 세목을 올릴지부터가 관심사다. 우선 선진국보다 과세기준이 낮은 부가가치세(소비세)나 개인소득세가 가시권이다. 세금부담을 줄이던 공제·감면제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40%(±7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 면세비율도 낮춰질 전망이다. 하물며 부자증세는 예고된 결과다. 비교적 저항이 적은 법인세의 정상화도 충분하다. 깎아주는 항목이 많아 명목세율보다 낮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시각물_국민연금 재정수지·적립금 전망


직장인 5대 사회보험료 ‘줄줄이 인상예고’

사회보험은 일종의 준조세다. 의무가입이라 사실상 안 내고 버틸 수 없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건강·산재·고용·노인장기요양보험 등 5대 사회보험이 해당된다.

인구변화로 줄줄이 부담 인상이 점쳐진다. 보험료·수급비의 적자전환이 빚어낸 엇박자 탓이다. 사회보험은 전형적인 세대부조형을 띤다. 현역근로자의 보험료로 은퇴 이후 혹은 만일사태 때 수급받는다. 인구보너스라면 탄탄한 보장체계를 갖지만, 지금처럼 인구오너스 때는 ‘현역감소=재원빈약’을 뜻한다.

설상가상 초고령화는 복지수요를 늘려 적립기금을 급속히 헐어 쓴다. 소득비례형의 만액조건을 꽤 갖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수급연령에 진입해 국민연금의 고갈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고령인구는 2020~2040년 ‘815만→1,725만 명’으로 2배를 넘긴다. 반대로 동일기간 생산가능인구는 ‘3,738만→2,852만 명’으로 준다.

자연감소(2019년)·총인구감소(2020년) 등 기존추계보다 앞당겨진 인구분기점을 보건대 연금고갈은 피할 수 없다. 이대로면 90년생부터 한 푼도 못 받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벌써부터 사회보험료는 증가세다. 요율은 2015~2019년간 1.0% 늘어 OECD 평균(0.3%)보다 증가율이 가팔랐다. 선진국의 개혁경험처럼 더 부담하자는 논리를 따른다. 실제 국민부담률(세금+사회보험료)은 27.3%(2019년)로 OECD 평균(33.8%)보다 낮다. 프랑스(45.4%)·스웨덴(42.9%)까진 아닐지언정 인상은 중론이다.

지금까지 연금·보험 인상조치는 언발의 오줌누기식이었다. 불편한 개혁이라 미뤘던 만큼 최소한에 그쳤다. 놔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데 사회보험의 정치화로 논의실종은 반복됐다.

직면한 시한폭탄의 해체작업은 차기정부의 최우선과제일 수밖에 없다. ‘저부담·고급여→고부담·저급여’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보험의 불가피한 개혁흐름이다. 더 내고 덜 받지 않는 한 인구감소 속 세대부조형 복지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한국만의 불행은 아니다. 저성장·인구병·재정난을 겪은 선행국가는 대부분 놀랍도록 닮은 복지개혁에 나섰다. 당장 국민연금은 더 낼 수밖에 없다. 현행 9%인 보험요율은 G5 국가평균(20.2%)과 비교할 때 인상 여력이 있다.

수급기간을 줄이는 것도 시작된다. 더 늦게 받도록 유인하는 차원이다. 서구는 정년연장 후 수급연령을 70세 전후까지 높이는 추세다. 노르웨이·일본은 75세까지 허용한다. 매해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의 통폐합도 공통적이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도 공히 높다. 제도지속이 훼손될 때 알아서 조정하는 자동안전장치도 권장된다. 한국이 사회보험을 배워 왔던 독일·일본 모두 고통스러운 개혁을 받아들였다. 타이밍은 5년 주기 재정계산기인 2023년이다. 선거 이후 엄밀한 개편방안·설득장치로 대타협을 유도할 때다.

탑골 공원의 쓸쓸한 노인. 한국일보 자료 사진


건강한 사회보험 ‘각자도생 No, 상생부조 Yes’

변화는 익숙한 과거와의 결별이라 대개는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인구변화에 따른 부담사회로의 전환이 바로 그렇다.

특히 지금의 인구구조 변화는 더 급격한 새로운 룰과 상식을 제안한다. 적게 거둘 테니 스스로 필요한 복지를 챙기라는 한국형 복지제도의 종언이나, 증세를 단행하라는 요구다.

증세가 실현되면 당연히 삶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급여명세서의 좌변(지급)보다 우변(공제)이 커지는데 살림살이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본격화된 저성장의 한계다. 개혁방치만큼 고강도의 인상일 수밖에 없어 충격감도는 더 커질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뾰족한 해법은 아니나, 사회근간을 유지하자면 증세개혁은 불가피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어렵다. 보험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이듯 사회보험도 소중한 제도기반이다. 후대에 빚을 떠넘기는 방식으로의 폰지게임에서 벗어나 세대타협의 상생부조를 완성할 때다.

시장균형뿐 아니라 인간존엄까지 갉아먹는 파괴적 각자도생은 충분히 경험했다. 재차 시점을 놓치면 더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인구급변의 경고문을 방치하면 준엄한 역사혹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차기정부는 사활을 걸고 증세사회를 위한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회보험은 분열수단이 아닌 통합카드로 제격이다. 복잡한 산식과 감춰진 장부보다 인기를 잃어도 터놓는 자세와 용감한 개혁이 요구된다. 당랑규선(螳螂窺蟬)이랬다. 매미를 잡으려는 사마귀는 뒤에서 노리는 더 무서운 새를 알지 못한다. 눈앞의 이익에 정신팔리면 곧 이을 위험은 가려진다. 묘약은 없다. 인구전환기 생존원칙에 주목할 때 위기는 기회로 찾아오는 법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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