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떠나도 물려주기? 대검 사무국장, 연이어 영화배급사 사외이사

입력
2022.03.17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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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새 사외이사로 복두규 전 국장
복두규 전임 사외이사, 이완목 전 국장
검찰 내에서 복두규 '이완목 라인' 분류
"대검 사무국장도 물려주더니 밖에서도"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지난해 대검찰청 사무국장에서 물러난 복두규 전 국장이 국내 대표 영화 배급·제작업체인 '쇼박스' 사외이사에 선임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외이사 자리는 복 전 국장보다 앞서 대검 사무국장을 역임한 이완목 전 국장이 맡아 왔기 때문에 선배가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 내에선 "검찰을 떠나서도 자리를 물려주느냐"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쇼박스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복 전 국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해당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복 전 국장 임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복 전 국장은 2019년 10월 검찰 내 일반직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대검 사무국장으로 임명돼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물러났다.

복 전 국장이 맡게 될 쇼박스 사외이사의 전임자는 검찰 선배인 이완목 전 국장이다. 이 전 국장은 2011~2012년 대검 사무국장을 역임한 뒤, 2018년부터 쇼박스 사외이사로 3년 9개월가량 활동했다. 이 전 국장은 비상근으로 일했으며, 복 전 국장과 바통을 주고받는다. 쇼박스 측은 이에 대해 "이완목 이사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검찰 일반직 조직에 소위 '라인'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뜬소문은 아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국 검찰 일반직 공무원 8,000여 명을 대표하는 대검 사무국장 자리는 현직 국장이 후임자를 추천하는 관행 때문에 특정 인맥이 자리를 독식한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최창식(2012년), 심순(2014년), 양희천(2016년), 김영창(2017년) 전 국장 등 경북 안동 지역에 기반을 둔 인물들이 4차례 대검 사무국장 자리에 올라, 검찰 내에선 이들이 '안동 라인'으로 불릴 정도였다. 또 2011년 대검 사무국장을 지낸 이완목 전 국장 이름에서 유래된 '목 라인'이 검찰 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복 전 국장은 '안동 라인'과 함께 검찰 일반직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목 라인'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던 한 수사관은 "검찰 일반직 가운데 유일한 1급 고위공무원 자리를 추천으로 물려주는 모양새가 반복되다 보니, 이들이 검찰을 떠나 사기업에 가서도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물려주는 것 아니겠냐"며 "검찰 내에서 '라인'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면 '라인'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복 전 국장 선임은 검찰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을 계속 사외이사로 두려는 기업의 수요가 만들어낸 상황이란 의견도 나온다.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기업은 여러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정 기관' 출신들을 영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검찰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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