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구전략' 있나... 최악 경우엔 나토 vs 러시아 '3차대전'도

입력
2022.03.15 04:45
①러시아, 나토 향한 무력 투사 땐 美 병력 투입 가능
②분노한 푸틴 핵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할 수도
③몰도바 등 '구소련 구성국' 병합 나설 가능성 제기
④우크라 분할... 내전 등 지리한 전쟁 계속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반(反)러시아 집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인형이 설치되어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애초 무모한 시작이었던 탓일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침공을 정확히 예측한 미국 정보당국도 ‘출구전략’까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증폭된다. 14일(현지시간)로 개전 19일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향후 진행방향을 두고 여러 시각이 엇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쟁의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내용의 전망 기사를 실었다.

NYT는 “미국과 유럽의 고위 관료들의 일맥상통한 의견은 애초 속전속결 하려던 러시아 군이 최근 2주 주춤했다는 점과 그렇더라도 향후 2, 3주 안에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 과정과 혹은 이후의 전망에 대해 미 국방부는 더 많은 의미 없는 죽음을 야기하고 유럽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갈등의 증폭이냐, 아니면 푸틴 대통령이 애초 목적이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크림반도의 육상회로 취득 후 전쟁 종결이냐의 갈림길로 보고 있다. 어찌됐든 쉽게 끝나지 않을 전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는 확전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최근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13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서부 르비우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에 미사일 30여발을 퍼부은 것은 이런 우려를 키운다. 실수로라도 폴란드에 러시아군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전투기가 국경을 넘어가게 된다면 나토도 지금까지 견지해 왔던 병력 불개입 정책을 철회할 명분이 생긴다. 러시아군의 직접 공격을 받는 것으로, 그간의 군사 물자 공급에서 벗어나 ‘당사국’으로 참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군 역시 개입할 명분이 생긴다. 사실상 ‘3차 대전’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NYT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과 동맹국을 전쟁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토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소개했다.


13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인근 야보리우 군 기지에서 연기가 오르고 있다. 야보리우=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이 지루하게 전개되면서 러시아가 핵 및 생화학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속전속결로 수도 키이우를 장악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참수작전’을 계획했던 러시아의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꺼내 들 가능성이다. NYT는 이미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와 체첸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감행했다며 우크라이나에도 이런 식의 공격을 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윌리엄 번즈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주 미 의회에 “푸틴 대통령은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 의도대로 공격이 진행되지 않는 만큼, 분노에 사로잡힌 푸틴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를 어떤 방식으로든 점령할 경우 러시아가 비(非)나토ㆍ비유럽연합(EU) 국가인 몰도바로 전선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푸틴이 나토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국력이) 취약한 몰도바를 장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미 2008년 러시아의 침공을 겪었던 조지아도 러시아의 팽창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소련의 영광’ 부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굳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국한하지 않고 구소련 구성국 병합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나토군이나 미군의 참전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몰도바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10일 터키 안탈리아에 열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쿨레바 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안탈리아=로이터 연합뉴스

희망적인 전망이라면 외교적 타협이다. 협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회담을 포함해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것이냐가 핵심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나토 가입 의사를 거둘 수 있다”거나 “동부 지역 정부 인정 여부와 관련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NYT는 “지금까지 인도주의적 통로 구축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진전조차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며 협상으로 이번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내다 봤다. 러시아가 강력한 경제 제재에 못 이겨 전쟁을 멈추기를 바라는 미국이나 서방에도 설령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일 경우, 제재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언제든 전쟁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푸틴 대통령을 이대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미국과 서방에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전쟁 종식 전망은 우크라이나 분할과 이에 따른 지리한 장기전 혹은 게릴라전이다. 현재 전선이 고착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반으로 쪼개지고 상실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울분이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흑해 연안 지역 우크라이나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항구 지역인 오데사를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남동부 아조프해 연안 도시들까지 손에 넣는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내륙국화는 물론, 크림반도와 러시아 간 직접 통로를 열 수 있게 되면서 최소한의 전략적 목표는 달성하게 된다. 내전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이 그랬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사령관은 “슬프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전쟁 종료 방식은 우크라이나의 분할”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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