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가 푸틴을 말릴 수 있을까... ‘아베 러시아 특사론’ 등장 배경은?

입력
2022.03.14 15:35
수정
2022.03.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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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2019년 1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으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중단시킬 '실력자'는 누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유일한 인물로 거론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그는 현 기시다 후미오 내각 하에서 집권 자민당 내 '최고 실력자'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여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이란 점에서 일본 내각제의 특성을 감안한 닉네임이다. 그는 집권 기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이라는 일본의 숙원을 실현시킬 기대감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의 모양새를 연출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난데없이 일본의 야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을 중재자로 '아베 역할론'을 들고 나왔다. 배경은 국내정치다. 당시 대러 외교정책이 굴욕적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다

지난 8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선 입헌민주당 하타 지로 의원이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하는 외교 노력을 왜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현 시점에서 특사를 파견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이미 강력한 대러 제재를 실시하는 와중에 특사 파견은 지렛대도, 현실성도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중재외교를 시도하는 것보다 강력한 제재로 구미와의 협조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야당이 굳이 특사 파견을 거론한 것은 아베 정권 당시의 대러 외교 실패를 끄집어 내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8년여 집권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을 27번 만나 회담했고,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11번이나 된다. 서로를 “블라디미르” “신조”라고 이름으로 부를 만큼 스킨십을 과시했다.

이런 자세는 쿠릴 4개 섬 반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였다. 일본 측은 이를 위해 에너지 자원 개발 등 대규모 경제 협력을 선물로 내줬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줄였지만 일본은 계속해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성과없이 끝났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일본의 대규모 경제협력을 전제로 ‘영토 문제의 새로운 접근법’을 언급했지만, 같은 해 러일정상회담에 ‘4개 섬 전부 반환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아베 전 총리는 2018년 정상회담에서 ‘2개 섬 반환’으로 목표를 낮췄지만, 이후 러시아는 이 섬들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며 실효지배를 강화했다.

급기야 아베 전 총리는 그간의 '대러 퍼주기'를 잊은 듯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핵 공유'(전술핵 일본 배치) 화두를 던지며 러시아를 비난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수립 65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특사로 파견된 그는 현지 대학 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아시아도 일치해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전 총리 시절 푸틴에 대한 '구애'를 놓고 집권 자민당에서도 재평가 움직임이 나오는 실정이다. 푸틴에게 아베는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는 것이다. 야당은 '굴욕 외교'로 규정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블라디미르’라고 애교를 부리며 러일 경제협력을 결정하고, 영토 요구를 ‘2개 섬 반환’으로 줄인, 굴욕외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상적 외교가 비참하게 파탄됐음을 인정하라”고 비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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