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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혐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1심서 무죄

입력
2022.03.11 18:10
수정
2022.03.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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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합격 지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남녀차별 채용 혐의엔 "관행대로 이뤄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함 부회장의 행장 재임기에 부정 채용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함 부회장이 이를 지시했는지는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11일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6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지 4년 만이다.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됐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이던 2015년과 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은행권 고위 임원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사원의 남녀 비율을 4대 1로 미리 정해 남성 지원자를 더 많이 뽑는 차별 행위를 했다는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도 있다. 앞서 검찰은 함 부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특정 지원자에 대한 추천서를 인사부에 전달하긴 했지만, 이들이 합격권에 미달했는데도 합격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행장 지시가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관계자들 진술과 업무 메신저 내역에 대해서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의 지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지원자의 관계에 비춰 해당 지원자를 반드시 합격시켜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무죄 판단 근거는 하나은행의 채용 관행이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은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이어져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하게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남성 위주로 채용했다는 물적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하나은행 법인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한 점을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기업이더라도 공개채용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합리적 이유 없이 지원자들을 차별해 신뢰를 저버렸다"며 "상당히 오랫동안 정관계·노조 인사들의 청탁이 무분별하게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 전 부행장의 경우 특정 지원자 추천을 넘어 이들의 채용에 관여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인사부장이 장 전 부행장으로 표시된 별도의 리스트를 관리했고, 피고인이 이들의 합격에 관련한 말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트엔) 지원자의 합격권 미달을 짐작할 수 있는 표시가 있었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 전 부행장이 지원자 4명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2명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함 부회장은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재판장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부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공정하게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함 부회장은 현재 하나금융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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