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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선공개, TV서 재방송... 판세 뒤집힌 콘텐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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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공개된 드라마가 지상파 등 TV에 뒤늦게 방송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간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만들면 그 콘텐츠가 TV에서 전파를 탄 뒤 넷플릭스 등에 유통됐고, OTT에서 먼저 전편을 공개한 드라마가 TV에 방송된 적은 없었다. '선(先) OTT, 후(後) TV'란 콘텐츠 유통의 새 흐름은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등 전통 방송사업자들이 주도했던 영상 콘텐츠의 판세가 OTT 중심으로 확 기울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TV 시청시간은 이례적으로 늘었는데, 정작 콘텐츠 제작과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방송사의 경쟁력은 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OTT 드라마' 사는 TV
MBC는 금토 드라마 '트레이서' 9, 10회를 26일 연속으로 내보낸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중계로, 약 2주 동안 방송이 미뤄진 탓이다. 후반부 6회가 매주 2회씩 내달 19일까지 방송될 예정인데, 이 회차들은 국내 OTT인 웨이브에 18일 모두 공개됐다. '트레이서'는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다. OTT가 콘텐츠 유통에 주도권을 쥐고 MBC에 방영권을 팔면서 '선 OTT, 후 TV' 편성이 이뤄졌다. 웨이브 관계자는 23일 "이용자들에 좀 더 빠르고 편리한 시청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국내 OTT까지 세를 키우면서 드라마 시장 권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tvN도 또 다른 국내 OTT인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을 3일부터 약 2주에 걸쳐 5회를 연달아 내보냈다. 지난해 11월 OTT에서 전편 공개가 이뤄진 드라마를 석 달 뒤 TV에 새로 편성한 것이다.
취재 결과, tvN도 MBC처럼 방영료를 내고 OTT에서 드라마를 샀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OTT 재방송 채널로 전락한 셈이다. 웨이브와 티빙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와 케이블이 만든 드라마와 예능 다시보기 온라인 유통망 정도로 여겨졌다. 이랬던 흐름을 고려하면 방송 통신 융합의 미디어 빅뱅으로 인한 급격한 위상 변화다.
신흥 드라마 왕국 JTBC 월화드라마 실종
선 OTT, 후 TV의 유통 흐름은 방송사들이 콘텐츠 제작 및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방송사들이 월화, 수목, 금토 오후 10시 시간대를 드라마로 채우는 건 이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애플TV 등 해외 공룡 OTT가 잇따라 국내에 둥지를 틀고, 카카오·쿠팡 등 국내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콘텐츠 수급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10년 전만 해도 TV를 틀면 평일 오후 10시엔 어디서든 드라마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평일 단 한 주도 빠짐없이 드라마를 내보내는 방송사는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통틀어 올해 기준 단 한 곳도 없다. '스카이 캐슬'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신흥 드라마 왕국으로 떠올랐던 JTBC는 8일 '한 사람만' 종방 이후 월화드라마 후속작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사에서 자존심을 구기며 OTT 화제작을 끌어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울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드라마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검증된 콘텐츠라 TV에 뒤늦게 편성돼도 광고가 잘 붙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6년 만에 TV 시청시간 깜짝 증가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낸 '2021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하루 TV 이용 시간은 3시간 9분으로, 전년 2시간 55분보다 14분 증가했다. 2014년 이후 하루 TV 평균 이용 시간이 세 시간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는 영향이다.
TV 이용시간 증가와 해외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 확대로 방송사들은 부랴부랴 새 전략을 짜고 있다. 요즘 금토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는 MBC는 4월 이후 월화 혹은 수목에 드라마를 새로 편성할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 축소에 나섰던 MBC는 드라마 전문 제작 스튜디오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OTT 중심으로 이미 기울어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청자는 OTT를 통해 전편 몰아보기에 길들여졌고, 김수현 이민호 등 청춘 스타들과 김혜수 같은 연기파 배우들은 TV 대신 OTT로 줄줄이 향하고 있다. OTT와 TV에 모두 작품을 내놓은 유명 작가는 "OTT에선 한 번에 전편이 공개되다 보니 쪼개서 편성하는 TV와 달리, 이야기에 대한 곡해와 오해로 인한 잡음이 확실히 덜하다"며 "창작자 입장에서 부담이 확 줄고 그래서 OTT로 마음이 기울게 되더라"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플랫폼으로 TV의 시대는 끝났다"며 "퓨전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처럼 TV와 어울리면서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굴하거나, TV에 얽매이지 않고 OTT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사가 플랫폼이 아닌 제작 기지의 역할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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