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쇄국’에 해외기업 투자 보류까지... 심각한 경제 후폭풍

스페인 젊은이들이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일본 영사관 입구에서 '일본의 입국 금지를 중지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일본의 외국인 입국 규제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코로나 쇄국’이란 말까지 생겨난 일본 정부의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가 이달 말까지 연장된 가운데, 해외기업이 일본 투자를 보류하는 등 경제적 파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약 2년간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과 주재원 발령자 등은 일본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온·오프라인 시위도 열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독일 기업 지멘스는 외국인 직원이 일본에 입국하지 못해 기계 관련 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일부 투자 안건도 보류했다. 지멘스의 일본 법인은 사원의 10~15%가 외국 국적이라 입국 대기중인 인원이 상당수다. 이 회사 간부는 “일본 시장의 성장 전망을 재검토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독일 기업인 보쉬도 사이타마현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신제품 라인 개시를 중단했다. 31명의 외국인 직원과 그 가족 37명이 아직 입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대기업인 포르시아 클라리온 일렉트로닉스는 모회사인 프랑스 포르시아의 임원과 기술자 중 예정대로 입국한 경우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기능실습생 자격으로 입국하려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방일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행선지를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타마시 소재 기능실습생 감리단체는 “약 250명의 기능실습생이 대기 상태”라면서 “1년 반 넘게 대기하다 방일을 단념하는 실습생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신규입국을 사실상 봉쇄하는 정책을 유지하자 2년 가까이 대기중이던 외국인들은 일본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온·오프라인 시위까지 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동하는 ‘스톱 재팬스 밴(Stop Japan’s Ban)’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25일에는 미국 워싱턴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할 계획이라고 공식 계정에서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이 확인되자 즉각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중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신규 외국인 입국자는 2,78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5%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오미크론이 일본에서 대유행, 외국인 입국 금지의 효과가 이미 없어졌는데도 일본 정부는 이 조치를 2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현재 주요국에서 관광객이 아닌 장기 체류 목적의 외국인까지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