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결과 내는 것이 선수의 몫"... '영혼의 단짝' 잃은 한국 썰매 맏형의 출사표

입력
2022.01.26 17:32
수정
2022.01.26 17:3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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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 남자 4인승 경기에서 원윤종, 김동현, 김진수, 정현우 팀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생모리츠= AP연합뉴스

16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 남자 4인승 경기에서 원윤종, 김동현, 김진수, 정현우 팀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생모리츠= AP연합뉴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선수의 몫이다. 서영우 몫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

'영혼의 단짝’을 부상으로 잃은 한국 썰매의 맏형이자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37)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던진 다부진 출사표다.

원윤종은 26일 봅슬레이·스켈레톤 올림픽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2014 소치부터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인데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다”며 “베이징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2인승과 4인승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베이징 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과 4인승에 모두 파일럿으로 출전하는 원윤종은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 주력 종목인 2인승에서 월드컵 ‘노메달’에 그쳤다. 시즌 초반 20위 언저리에서 막판 10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합'을 맞춰온 브레이크맨 서영우(31)의 부재 탓이 컸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환상의 콤비다. 그러나 서영우가 올 시즌 초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김진수가 브레이크맨으로 원윤종과 호흡을 맞추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서영우는 올림픽을 앞두고 어깨 부상이 회복돼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번에는 발목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결국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원윤종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에서) 서영우의 부상으로 힘들었지만 4차 대회 이후 재정비해 반등을 이뤄냈다"면서 "서영우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윤성빈이 2021년 12월 31일 라트비아의 시굴다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시굴다=AP뉴시스

윤성빈이 2021년 12월 31일 라트비아의 시굴다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시굴다=AP뉴시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원윤종 팀 외에도 한국 썰매는 부진했다. 남자 스켈레톤에서 정승기(23)가 6차 대회에서 한 차례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특히 평창 금메달리스트인 '아이언맨' 윤성빈(28)은 8차 대회까지 치러진 월드컵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이날 행사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윤성빈은 이날 자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했다. 윤성빈은 “지금 성적으론 올림픽 메달이 어렵다”며 “올림픽 경기까지는 2주 정도 남았는데 내 기량을 변화시키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인호 총감독은 윤성빈의 부진에 대해 "코로나 등 여러 환경적인 제약이 겹쳤다.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핑계는 생각 안 하고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만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기가 2021년 12월 31일 라트비아의 시굴다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남자 스켈레톤 동메달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시굴다=AP뉴시스

정승기가 2021년 12월 31일 라트비아의 시굴다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남자 스켈레톤 동메달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시굴다=AP뉴시스

윤성빈의 부진에도 스켈레톤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대주’ 정승기다. 조 총감독은 “스타트 능력이 뛰어나다. 체계적으로 성장한 결과"라면서 "베이징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기는 “베이징에서 경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메달) 욕심을 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 대회를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한 대표팀은 28일까지 격리를 마친 뒤 31일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조 총감독은 “출국 전까지 부상 없이 몸을 만들어 최선의 결과를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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