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평창! 컬링 팀 킴 "'박태환 金 경기장' 좋은 기운 받을게요"

입력
2022.01.21 16:40
수정
2022.01.21 17: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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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 많았지만, 응원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베이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
2008년 박태환이 수영 400m 금메달 땄던 곳
내달 10일부터 캐나다 등 세계 강호들과 결전
"준비한 것 보여준다면 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김은정,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과 임명섭 감독이 21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김은정,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과 임명섭 감독이 21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박태환 선수가 역사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너무 힘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좋은 기운을 가진 경기장이야' 정도만 생각하면서 매 경기 집중하려고요." (스킵 김은정)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신화를 일구며 불모지 한국에 '컬링 바람'을 일으켰던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김은정·김초희·김선영·김경애·김영미)이 다시 한번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주장 김은정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정식에서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베이징에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냥 나온 각오가 아니다. 평창 이후 지난 4년 팀 킴에게 메달리스트의 '꽃길'은 없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직무대행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후배들에게 이런 환경을 물려줄 수 없다"며 용기를 낸 일이었지만 후폭풍은 예상보다 오래갔다. 합동 감사와 수사로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도 분위기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지만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무적' 신세가 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된 국제대회도 나가지 못한 채 2021년을 맞이했다.

공백 기간 동안 떨어진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팀 킴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랜드슬램 컬링 마스터스에서 4강을 기록했고 자격대회에서 마지막 남은 티켓을 거머쥐며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 김초희, 김선영이 21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 및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정식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 김초희, 김선영이 21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 및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정식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러 일을 같이 겪는 사이 팀은 더 단단해졌다. 김은정은 "예전에는 오로지 감각에만 집중해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아이스 상황 등에 대해서도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며 "선수들도 경기 중 진지하지만 꼭 필요한 대화를 하며 집중력 있게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김선영도 "오랜 기간 함께한 선수들의 팀워크가 팀 킴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팀 킴엔 평창보다 더 뜻깊은 올림픽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으로 출전하게 된 대회라면 베이징 진출은 팀 킴이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김선영은 "저희가 티켓을 따낸 올림픽이어서 더 뜻깊은 것 같다"며 "영광스러운 올림픽에 나가게 된 만큼 남은 기간 잘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김경애는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걸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주는 게 목표다. 그렇게만 한다면 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컬링이 열리는 베이징 컬링 경기장은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당시 만 19세였던 박태환은 3분41초86의 기록으로 아시아 남자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를 제패했다. 김은정은 저희도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너무 결과에만 집중을 계속하다보면 또 욕심이 생기고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럴 때 저희팀이 안 좋았던 기억들이 있다. 그보단 '좋은 기운을 가진 경기장이다' 정도만 생각하면서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한컬링연맹과 강릉시는 남은 기간에 강릉 컬링센터를 베이징 컬링 경기장과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해 팀 킴의 특별훈련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임영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국 전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는데 이곳을 베이징 경기장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 놓고 팀 킴 단독으로 훈련할 생각이다"라며 "중국 관중의 응원에도 대비하기 위해 그에 맞는 훈련도 계획 중이다. 경기 외적인 요인도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팀 킴은 10일 캐나다와의 올림픽 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영국)·러시아·중국·미국·일본·스위스·덴마크·스웨덴과 차례대로 예선전을 치른다. 예선 4위 안에 들면 2월 18일 준결승을 거쳐 20일 오전 9시 대망의 금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강릉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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