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유희관 “행복한 선수였다”

입력
2022.01.20 17:30
수정
2022.01.20 17:41
22면

홈 구장서 눈물 속 은퇴식 개최

두산 유희관이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유희관이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복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느림의 미학’으로 통산 101승을 달성한 유희관(36)이 눈물 속 은퇴식을 가졌다.

유희관은 11시즌 동안 홈구장으로 사용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 구단과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회견장에 나타난 유희관은 “자주 인터뷰를 해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라고 운을 뗐다.

유희관은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주와 두산 프런트에 감사하다. 입단할 때부터 많이 아껴주신 두산 역대 감독님과 코치님, 같이 땀 흘리면서 고생한 동료들께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두산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항상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질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날 현장에는 김태형 감독과 유희관의 1군 첫 승을 합작한 포수 박세혁, 투수 홍건희, 최원준이 찾아 유희관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유희관은 “나이를 먹으니 마음이 많이 여려진다”며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야 유니폼을 벗는다는 실감이 난다. 이런 자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희관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뒤 줄곧 두산에서 활약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1년) 진출, 3번 우승(2015, 2016, 2019년)을 이끈 주역이다. 특히 느린 볼 투수는 리그에서 버틸 수 없다는 야구계 편견을 극복하며 통산 101승 금자탑을 쌓았다. 유희관은 “프로 첫 승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3년 5월 4일) 니퍼트의 대체 선수로 나서 승리했다. 그때 1이라는 숫자가 있기에 101이 있다”며 “느림의 미학이라는 건 나를 대변하는 좋은 단어다. 남들 보이지 않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 편견을 깨 은퇴 기자회견까지 하는 선수로 거듭났다”고 회상했다.

유희관은 목표로 삼은 선배 장호연이 보유한 최다승(109승) 경신을 이루지 못하고 선언한 은퇴에 대해 “구단과 연봉 문제로 은퇴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빠졌다. 내가 빠진 야구와 후배들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자리를 물려줘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이 좋은 흐름으로 성장하는 데 내가 오히려 방해되는 것 같았다. 좀 더 좋은 모습일 때 떠나 자리를 물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입담꾼답게 벌써부터 해설위원 등 방송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며 밝은 제2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유희관은 “해설 제의는 방송 3사에서 받았다. 그래도 나를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 안도감이 생겼다. 해설위원이 될지, 다른 방송인이 될지, 코치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갈 테니 응원해달라”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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