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반 논란에도 전국승려대회 강행...조계종, 불순한 의도 있다"

입력
2022.01.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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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불학연구소장 지낸 허정 스님 작심 비판
"코로나·대선 시국에...다른 스님들도 어불성설"
"사찰 문화재 입장료, 거의 사찰 살림에 쓰여"
"조계종, 정부 압박·분노 유발로 민심 이끌려 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영상 캡처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영상 캡처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지낸 허정 스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논란에도 21일 '전국승려대회' 강행을 예고한 조계종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 및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발언 등 논란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집단 참회 사과를 했음에도 "종단이 스님들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고 밀어붙여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허정 스님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위 스님들에게 물어보니까 아무리 명분이 타당하더라도 코로나 시국에 저런(승려대회) 건 안 된다,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 종단을 비판했다 승적이 박탈된 명진 스님을 언급하며 "저도 2018년 종단 직선제를 주장해 3년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또 공개 비판해 징계받아도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로 오늘 나왔다"고 입을 열었다.

우선 조계종의 전국승려대회 강행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정의평화불교연대라는 단체와 함께 승려들을 대상으로 승려대회 개최 찬반 설문조사를 시작했다"며 "오늘 오후 5시 마감인데, 오전 7시까지 887명이 참여해 찬성 279명, 반대 568명으로 64%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 '전국승려대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계종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불교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 '전국승려대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계종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불교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허정 스님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참여자는 942명으로 늘었지만 찬성 301명(32.4%), 반대 601명(64.6%), 기권 37명(4%)로 큰 차이는 없었다. 허정 스님은 "역시 제 짐작대로 스님들이 코로나 시대에 남에게 피해주는 승려대회는 원치 않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의 불교왜곡·종교편향 불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의원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면서 터져 나왔다. 또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천주교의 '캐럴 캠페인'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사과, 정 의원의 유감 표명, 황희 문체부 장관의 사과로 이어졌지만 조계종은 정 의원의 탈당 또는 제명, 대통령 사과 등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17일 조계종을 찾아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종단 지도부에 재차 사과했지만, 승려대회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조계종은 21일 오후 2시 한국불교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전국 주요 사찰과 30개 종단이 결성한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행 방역지침 위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방역지침은 종교 행사 개최시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만으로 구성될 경우 최대 299명까지 허용된다.



"문체부 '캐럴 캠페인'은 종교 편향 맞지만..."

정세균(왼쪽에서 세 번째)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세균(왼쪽에서 세 번째)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허정 스님은 정 의원 발언에 대해선 "문화재 입장료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됐다"며 "사실 입장료를 우리가 받아서 그것을 문화재 보수와 관리에 쓰는 게 아니라 거의 살림에 쓰고, 문화재 보수비는 따로 국가에서 나온다"고 사실상 두둔했다.

이어 "정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가 먼저 제도를 개선하고, 그 사람(정 의원)이 늘 있던 말을 국회에서 한 마디 더 했다고 완전히 잘못한 사람처럼 대하면서 승려대회까지 끌고 가는 건 너무나 비상식적인 태도"라고 종단을 비판했다.

다만 정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대해선 "종교 편향적으로 한 게 맞다"면서도 "문체부 장관이 와서 사과했으면 그 차원에서 놔둬야 하는데, 다른 종교계들이 하는 것까지도 못하게 하는 소송을 내서 진 걸 보면, 뭔가 조계종에서 하는 행정이 오류가 많고 서툴다는 느낌을 많이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승려대회의) 시기를 조절하는 운용의 묘를 보여야 하는데, 계획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순하고 뭔가 정직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며 "일부가 대선 기간에 정부를 압박한다든지 아니면 종교 편향 문제를 들춰 분노를 일으킨 후, 자신들이 원하는 것으로 민심을 이끌고 가려 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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