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는 말이에요?

입력
2022.01.21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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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끝부분에 나오는데, 서술어가 어떠한 종결 표현을 갖춰 나타나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보나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는 문장은 평서문, 듣는 사람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문장은 명령문, 같이 하자고 요청하는 것은 청유문, 느낌을 표현하는 문장은 감탄문, 그리고 흔히 듣는 이에게 대답을 원하는 문장을 의문문이라고 한다.

아이가 말을 안 듣기에, "이러면 엄마가 속이 안 상하겠어?"라고 조금 언성을 높였다. 잘못인 것을 알고 있기에 이미 주눅이 든 아이는, "엄마, 그건 지금 대답하라고 물어보는 말이에요?"라고 조심스레 묻는다. 분명 의문형 어미와 억양의 끝을 올리는 의문 종결형 표현을 사용하였음에도 아이는 이것이 대답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의문형 종결 표현으로 나타나지만, 물음에 꼭 대답해야 하는 의문문은 아닌 것을 '수사 의문문'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얼마나 신날까?"는 말하는 사람의 감탄 의미를, "이게 무슨 난리야?"는 혼잣말을, "그만 울고 뚝 하지 않을까?"는 듣는 사람에게 명령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수사 의문문들이다. "이거 하나 못 사줄까?"는 강한 긍정을,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강한 부정을 전달하는데, 역시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강한 긍정 진술과 강한 부정 진술을 내포하고 있는 반어법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이때의 수사 의문문은 '반어 의문문'이라고도 한다. 문법적으로도 우리말은 끝까지 잘 듣고 그 의미를 잘 헤아려 소통해야 하는 예의 바른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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