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달보다 중요한 건 '인간을 위한 일'에 대한 고민"

입력
2022.01.20 15: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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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사학자 아론 베나나브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
'자동화 담론'의 '기본소득 만능론' 경계

2017년 5월 9일 미국 뉴욕의 물류배송업체 UPS 시설에서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주문한 상품 패키지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2017년 5월 9일 미국 뉴욕의 물류배송업체 UPS 시설에서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주문한 상품 패키지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본소득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정치판에서만 논쟁이 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 공약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자동화 담론은 진영도 가리지 않는다.

미국 경제사학자 아론 베나나브는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를 통해 이 같은 '자동화 이론가'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책에 따르면 일자리 파괴의 원인은 기술 발전이 아닌 과잉 생산과 탈공업화다. 자동화로 각국 서비스 부문의 노동 수요가 줄었지만 자동화가 서비스 부문에 미친 충격은 제조업에 비하면 미미하다. 1970년대 이후 각국 제조업이 차례로 부진에 빠지며 어떤 분야도 경제 성장의 주 동력원으로서 제조업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하는 게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저자는 특히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이들이 생산을 장악한 자본의 힘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오랜 시간 실업과 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완전 자동화 경제 실현 후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고민하는 자동화 이론가들의 사고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 존엄성을 보장받는 세상을 가정한 후 기술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아론 베나나브 지음·윤종은 옮김·책세상 발행·224쪽·1만5,000원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아론 베나나브 지음·윤종은 옮김·책세상 발행·224쪽·1만5,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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