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없어 '비닐'로 창문 만드는데"... 심각한 물자난에도 도발 멈추지 않는 北

입력
2022.01.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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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함경남도 검덕지구 살림집 전경. 창문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 있거나, 유리로 보기 어려운 재료로 덮여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19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함경남도 검덕지구 살림집 전경. 창문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 있거나, 유리로 보기 어려운 재료로 덮여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보기 도시’로 천명했던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주택 창문이 유리가 아닌 ‘비닐’로 임시 마감된 장면이 포착됐다. 기초 자재가 없어 최고 지도자의 주력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만큼 물자난이 심각한데도 무력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9일 ‘검덕지구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인민군인들의 투쟁’이라는 제목의 사연을 전했다. 신문은 “수십리 계곡을 따라 단층, 소층, 다층, 고층 살림집들과 봉사망들이 조화롭게 들어앉은 검덕지구의 모습은 볼수록 장관”이라며 “사상초유의 산악협곡도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격찬했다. 검덕지구 주택사업은 ‘평양 1만 가구 살림집’ 건설 및 ‘삼지연 꾸리기’ 사업과 더불어 북한의 대표적 건설 과업이다. 2020년 태풍으로 이 지역이 큰 피해를 입자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5년간 2만5,000가구의 살림집을 새로 만들라고 지시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온 신경을 쏟고 있다.

그러나 기사 하단에는 ‘선전’과는 다른 사진이 실렸다. 7층짜리 건물 곳곳의 마감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설치된 창문 역시 유리가 아닌 비닐로 추정되는 재료로 덮여 있었다. 창틀에 끼울 유리를 제때 조달하지 못했거나 유리 재료가 없어 공사 마무리가 늦춰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이 전날 신의주~단둥 간 열차를 통해 중국에서 설탕, 식용유 등 생필품 외에 타일 등 건축 자재를 들여온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이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북한 당국이 중시하는 사업에서조차 물자 품귀 현상이 심각한데, 주민 생활은 훨씬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이다. 누적된 내부 불만을 무리한 무력시위를 통해 해소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국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알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민 생활 향상을 꾀할 기반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계속 감행해 내부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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