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명 살해한 연쇄테러범 브레이빅, 가석방 법정에서 나치 경례

입력
2022.01.19 15:35
수정
2022.01.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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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폭발·총기 난사 테러로 전 세계 경악
법정서 "세뇌당해 범행... 지금은 폭력에서 벗어나" 주장
가석방 가능성 없지만, 매년 신청 가능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18일 노르웨이 남부 시엔 교도소 내 임시 법정에서 열린 가석방 심리에 출석해 나치 경례를 하고 있다. 시엔=로이터 연합뉴스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18일 노르웨이 남부 시엔 교도소 내 임시 법정에서 열린 가석방 심리에 출석해 나치 경례를 하고 있다. 시엔=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 7월 22일 오후 3시 22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 건물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이 사고로 8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두 시간 후, 아비규환이 된 정부청사에서 약 30㎞ 떨어진 우퇴위아섬에서는 총기 난사 테러가 터졌다. 10~20대 학생들 700여 명이 참여한 여당 노동당의 청년캠프에 경찰복을 입은 테러범이 총을 난사한 것이다. 이 테러로 우퇴위아섬에서만 69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이 연쇄테러는 단 한 사람, 극우주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43)이 벌인 일이었다.

18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외신은 “도합 77명을 살해한 테러범 브레이빅이 신청한 가석방에 대한 첫 심리가 남부 시엔의 텔레마크 교도소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10년을 복역한 재소자는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노르웨이 법에 따른 것이다. 브레이빅은 2012년 테러범죄 관련 법정 최고형인 21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은색 정장과 금색 넥타이 차림에 삭발한 채 나타난 그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나치 경례를 했다. 왼쪽 손에는 영어로 ‘백인 민족에 대한 학살을 멈춰라’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들었고, 왼쪽 가슴에도 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인 채였다. 극단적 극우주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브레이빅은 여전히 범행에 대한 책임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나는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세뇌당했다”며 “제3제국(나치 독일 체제)을 재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각 전사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석방 후에는 북극이나 비서구권에서 살겠다고 밝혔다. 브레이빅은 “나는 폭력과 테러로부터 내 자신을 강하게 분리시켰다”며 “이 맹세는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신청한 가석방 심리는 사흘간 진행되며 이달 말 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현지에서는 그의 가석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잉게 한센 현지 법률 전문가는 “테러범은 수감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그의 가석방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검찰 측도 “그가 석방될 경우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 가석방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브레이빅은 매년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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