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신인 리베로' 김세인 “어제 저 좀 날아다녔죠?”

입력
2022.01.19 16:33
수정
2022.01.19 22:32
21면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김세인.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김세인.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 신인 리베로 김세인(19)이 팀의 17연패 탈출에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8 25-22 25-21)으로 승리하며 긴 연패 터널을 탈출했다. 지난해 11월 9일 화성 기업은행전 이후 70일만의 승리였다.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양팀 최다인 23득점(성공률 42.9%)으로 펄펄 날았지만, 이날 더욱 돋보인 것은 끈끈한 수비라인에서 나온 ‘질식 디그’였다

리베로 김세인이 이날 디그 13개(성공률 92%)를 하면서 수비 라인의 중심을 잡았다. 김세인과 함께 박경현이 팀내 최다 디그인 19개를, 이한비가 11개를 걷어 올렸고 세터 이현도 13개를 수비하며 힘을 보탰다. 김형실 감독도 경기 후 “김세인이 (수비에서) 미치지 않았나?”라며 “세인이가 했던 수비 중 몇 개는 아직도 머릿속에 남는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김세인은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업은행을 상대로 한번 승리한 적도 있어 자신감도 있었다”면서 “상대팀 분석도 열심히 했고 팀원들간 합도 잘 맞았다”라고 돌아봤다. 자신의 활약에 대해선 “제가 어제 나름대로 날아다녔죠?”라며 웃었다. 경기 후 자정이 넘어 숙소(경기 용인시)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마음이 들떠서인지 멀미 때문인지 차에서는 한숨도 못 잤다. 새벽녘에야 숙소에서 잠들었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 수비 라인자료=KOVO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 4라운드 리그 평균
디그(세트당) 16.82개 15.95개 18.05개 19.52개 20.33개
리시브효율 31.3% 20.8% 23.2% 22.6% 29.80%
리시브 범실율 5.60% 9.44% 4.34% 6.73% 5.76%

김세인 등 페퍼저축은행 수비라인은 기업은행의 날카로운 공격을 족족 걷어올렸다. 실점하더라도 그냥 주는 점수는 없었다. 잡기 어렵더라도 일단 몸을 날리는 투지를 보였다. 기업은행은 좋은 공격이 상대 수비에 여러 차례 걸리자, 다른 공격로를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은 디그 79개(세트당 26.33)개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 여자부 평균 세트당 디그가 20.3개인 것과 비교하면 수비 집중력이 매우 뛰어났다.

17연패 기간 동안 쉽진 않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김세인은 “아직 서로 호흡을 맞춘 지 1년도 안된 신생팀이다. 함께 한 것보다 아직 못해본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잘해보자고 서로 다독이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팀 분위기만큼은 연패팀이라 생각이 안들 정도로 좋았다”라고 말했다.

김세인의 디그 모습. KOVO 제공.

김세인의 디그 모습. KOVO 제공.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에 입단(전체 5순위)할 때 포지션은 레프트 공격수였지만, 비교적 작은 키(173㎝) 때문에 올 시즌 리베로로 출전 중이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GS칼텍스전에서 레프트로 교체 출전한 적이 있는데, 서브 실책에 리시브실책까지 저지르며 무너졌다. 김세인은 “공격수로 투입될 줄 알았는데, 서브와 리시브를 하는 후위라인이었다”면서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리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생각보다 리베로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올 시즌 리베로로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했다. 김세인은 “올 시즌은 제게 리베로 도전의 시간”이라며 “공격수로 배구를 시작했지만 리베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 리베로 언니들 사이에서 ‘김세인? 수비 잘하던데?’라는 평가를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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