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아닌데 질 출혈 생기면… 자궁경부암·내막암 때문?

입력
2022.01.18 20:47
수정
2022.01.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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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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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에 생기는 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으로 나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경부ㆍ頸部)에 생기는 암으로, 질에서 자궁 체부(體部)까지 연결되는 자궁 입구에 암세포가 발생한다. 자궁내막암은 태아가 자라는 자궁 주머니 가장 안쪽에 있는 자궁 내막(체부)에 발생하는 암이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은 ‘소량의 질 출혈’이라는 비교적 알기 쉬운 증상이 있어 ‘여성 암 사망률 1위’인 난소암보다 비교적 조기 발견이 쉬워 예후가 좋다.

◇자궁내막암, 70% 정도가 비만 여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3년 1만1,629명에서 2017년 1만7,421명으로 50%가량 증가했다.

모든 연령에서 자궁내막암 환자가 많아졌지만 20, 30대 젊은 여성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 층 여성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비만 비율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궁 내막은 자궁의 가장 안쪽 면으로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얇은 막이다. 자궁 내막은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두꺼워졌다가 얇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두꺼워진 내막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리가 생긴다. 이 자궁 내막에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발생하는 질환이 자궁내막암이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90% 정도는 폐경 전 월경 과다나 폐경 전후에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의 부정 출혈을 겪는다. 또한 드물지만 자궁내막암이 자궁 밖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되면 골반 압통이나 하복통, 혈뇨, 빈뇨, 변비, 직장 출혈, 요통 등이 생길 수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막에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비정상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주원인이다. 에스트로겐이 체내에 과다하게 쌓이면 자궁내막세포 증식이 촉진되면서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세포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빠른 초경, 늦은 폐경, 타목시펜 복용, 불임 또는 무배란,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에스트로겐과 관련 없는 위험 인자는 자궁내막암 가족력, 50세 이상, 고혈압, 당뇨병, 비만, 갑상선 질환, 린치 II 증후군 등이 있다.

이원무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의 70%가량은 비만과 관련 있으며, 체질량지수(BMI)가 증가할수록 사망률은 증가한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은 50세 이후에 발생하며, 폐경 전에 발생하는 경우는 20% 정도다. 그런데 최근 20, 30대 여성에게 발생하는 빈도가 늘었다. 나영정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궁내막암 환자가 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늦은 결혼 및 저출산 등이 꼽히고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다행히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비교적 좋은 만큼,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궁 내막에 이상이 관찰되면 자궁내막소파술 또는 자궁경하 조직 검사로 내막암 유무를 판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에 암이 생기는 특성 상 자궁과 양측 난소ㆍ난관을 절제하는 수술적 방법(자궁절제술)이 권고된다.

과거에는 주로 개복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미용적 측면은 물론 환자 회복 및 수술 후 합병증 관리에 유리한 최소 침습법이 주로 시행된다. 최소 침습법으로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등이 있다. 이후 위험 인자에 따라 방사선 치료 또는 병기에 따라 항암 치료가 시행된다.

◇9~26세 여성은 HPV 백신 접종해야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이 깊다. HPV 감염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성생활하는 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어 여성의 80%가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하다.

자궁경부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시행하는 액상 자궁 경부 세포 검사는 자궁 경부를 솔로 문질러서 세포를 얻은 후 슬라이드에 도말(塗抹)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다.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자궁경부암 0기로 진단되면 간단한 수술(자궁경부원추절제술)로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암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암 초기라면 곧바로 수술을 시행할 수 있고 예후가 좋다.

자궁경부암은 99%에서 HPV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원인이어서 HPV 백신을 예방 접종하면 거의 막을 수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HPV 16ㆍ18형 위주로 예방한다. 국내에는 서바릭스(GSK)ㆍ가다실(MSD)ㆍ가다실9(MSD) 등 3종류 백신이 있다.

서바릭스는 16ㆍ18형을 예방하고 가다실은 16ㆍ18형 외에 생식기에 사마귀를 일으키는 6ㆍ11형을 추가로 예방한다. 가다실9은 가다실의 6ㆍ11ㆍ16ㆍ18형 등 4가지 형을 포함해 모두 9가지 형을 예방한다.

HPV 백신은 2016년에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으며 만 12세 여자어린이는 무료 접종할 수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접종할 수 있는 HPV 백신은 서바릭스ㆍ가다실 등 두 종류다.

백신 접종 권장 연령은 9~26세 여성이다. 가다실9의 경우에는 최근 9~45세로 접종 권장 연령이 늘어났다. HPV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성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이런 여성은 이미 HPV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효과는 성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보다 떨어진다.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기존에 30세 이상 여성에게 혜택을 줬던 자궁경부암 검진을 2016년부터 전체 20대 여성으로 넓혀졌다. 김용욱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진단이 늘어 HPV 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게 좋다”며 “접종해도 100% 예방되지 않으므로 성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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