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직구'로 프로야구 지배한 유희관, 101승에서 현역 마침표

입력
2022.01.18 16:55
수정
2022.01.18 16:58
23면

“후배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

은퇴를 선언한 두산 유희관. 뉴스1

은퇴를 선언한 두산 유희관. 뉴스1

국내 프로야구에서 역대 가장 느린 직구를 뿌리며 101승을 거둔 두산의 좌완 베테랑 유희관(36)이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 구단은 18일 “유희관이 은퇴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중앙대를 졸업한 유희관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뒤 줄곧 두산에서 활약했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까지 1군에서 통산 281경기(1,410이닝)에 나서 101승 69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했다. 유희관은 “2021시즌이 끝난 뒤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모든 팬께 감사하다. 마운드에서는 내려왔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베어스를 응원하겠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유희관은 '두산 왕조'를 만든 주역이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1년)에 진출시켰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을 이끌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이강철 KT 감독, 정민철 한화 단장, 장원준(두산) 등 리그에서 4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유희관은 체격(신장 180㎝)이 크지 않고 직구 최고 구속이 130㎞대에 머물러 주목받지 못했다. 데뷔 초기엔 '사회인 야구 투수'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국군체육부대(2011~2012년)를 거쳐 프로 입단 5년째인 2013시즌 처음으로 10승을 거둬, 느린 볼로도 리그를 재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는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답게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공 한두 개로 넘나드는 정확한 제구력과 직구처럼 오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속도가 줄어드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방망이를 돌려세웠다. 타자들은 당시 150㎞대 직구를 뿌리는 양현종(KIA)에 버금가는 직구를 유희관이 뿌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 6번의 선발도전 끝에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지만 부진한 시즌 성적(4승 7패 평균자책점 7.71) 탓에 포스트시즌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시즌 종료 뒤 “반드시 명예 회복을 하고 은퇴하고 싶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유희관은 “느린 공으로 이 정도 버텼으니 야구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되지 않겠느냐”며 “아직 은퇴 후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어떤 일을 하건, 팬과 동료, 구단, 코칭스태프를 향한 고마움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산은 유희관의 공로를 인정해 내년 시즌 은퇴식을 열 계획이다.

박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