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 잡는 국내 교향악단들, 이유는

입력
2022.01.19 14:38
수정
2022.01.19 14:5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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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심·KBS 교향악단 올해 외국인 감독 취임
국제적 입지 제고는 물론 독립적 운영 위해
현장 노력 무색하게 한 문체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

다비트 라일란트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이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빛을 향해'라는 제목의 취임 연주회를 연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다비트 라일란트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이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빛을 향해'라는 제목의 취임 연주회를 연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23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새해 무대를 여는 교향악단들의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 예술감독(혹은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는 점이다.

우선 코리안심포니(코심)는 7대 예술감독에 오른 다비트 라일란트가 '빛을 향해'라는 제목으로 취임 연주회를 연다. 라일란트는 코심의 첫 외국인 예술감독이다. 슈만 교향곡 2번 등으로 관객과 첫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6월부터는 '디알스 픽(DR's pick)'이라는 이름으로 4회에 걸쳐 그의 음악관을 펼친다. KBS교향악단 역시 올해 핀란드 출신의 피에타리 잉키넨이 음악감독을 맡아 28, 29일 양일간 무대에 선다.

외국인 지휘자의 활약은 앞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부터 시작됐다. 경기필은 2018년 9월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로 마시모 자네티를 선임해 새로운 공연을 펼쳐왔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직은 2020년부터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가 맡고 있다.

외국인 예술감독을 선임하는 이유는 마치 축구계에서 외국인 감독을 낙점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커나가기 위해 국제적 감각과 실력을 갖춘 지휘자를 기용하겠다는 취지에, 보다 독립적인 교향악단 운영을 도모해보겠다는 의지도 포함된다. 음악계 내 파벌이나 외압 등 예술 외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해보려는 전략인 셈이다. 벤스케의 경우 내홍을 겪고 떠난 정명훈 음악감독 이후 4년간 비었던 자리를 메웠다.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은 오는 28, 29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 무대에 선다. 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은 오는 28, 29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 무대에 선다. KBS교향악단 제공

물론 외국인 지휘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들이 한국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 장벽이 높아진 요즘에는 활동 자체도 어렵다. 국내 공연을 들어올 때면 긴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지 못해 공연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상황까지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말 KBS교향악단의 마지막 정기연주회도 잉키넨 입국의 어려움으로 정명훈 지휘자가 급히 무대에 선 바 있다. 그럼에도 이는 예술성, 독립성, 국제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코심 신임 대표 인사는 이런 현장의 노력에 재를 뿌린 꼴이다. 성악가 출신에 행정 경험이 전무한 이를 기악을 하는 오케스트라 대표로 보냈으니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황희 문체부 장관의 지역구 행사에 참여했던 성악가라는 점도 의혹을 키웠다. 한 클래식 음악계 인사는 "행정 경험이 있다고 내민 행사들은 소규모의 단발성 행사에 그친다"며 "오케스트라든 행정이든 둘 중에 하나라도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렵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공 문화예술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런 인사가 하루 이틀도 아니라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지금처럼 장관이 각종 산하 기관장에 대한 독단적 인사권을 갖고 있는 체계에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장의 노력을 퇴색시키는 이 상황을 바꿔야 할 적기는 항상 지금이다.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또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황 장관이 자신의 홈페이지 인사말에 책임지고 있는가를 돌아볼 때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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