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경매 부쳐진 국보 2점의 운명은?

입력
2022.01.17 18:00
22면
구독

간송미술관 국보 불교유물 경매, 문화계 파장
"추정가 최대 40억~45억 원"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예산은 39억 원 그쳐

27일 열리는 케이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출품된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오른쪽)과 '금동삼존불감'. 연합뉴스

27일 열리는 케이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출품된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오른쪽)과 '금동삼존불감'.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매에 나온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과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제강점기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문화 보국')는 일념으로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 지킨 간송 전형필이 세운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2점을 경매에 부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보·보물도 팔 수 있나

국보나 보물을 사고파는 데 문제는 없다. 국가 소유이거나 해외로 반출하려는 경우는 매매가 금지되지만 국내에서 개인 소장품의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문화재청에 소유자 변동이 생긴 지 15일 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1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9~2021년 국보의 경우 29건, 보물은 117건의 소유자 변경이 이뤄졌다. 경매, 개인 간 거래, 기증, 상속 등 사유로 소유자가 바뀐 경우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이미 보물인 금동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바 있다. 나서는 이가 없어 유찰됐지만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약 30억 원에 사들였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당시 '간송 컬렉션'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됐을 뿐 보물이 경매에서 거래된 적은 몇 차례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처럼 국보가 경매에 나온 건 사상 초유다.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1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1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경매 60억 원 시작... 이번에도 유찰되나

"간송 아니었으면 지금 일본에 있을 문화재인데..." 한 미술계 인사의 한탄처럼 '문화 보국'을 외치던 간송미술관이 국보까지 파는 이유는 고질적인 재정난 때문이다. 현재로선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이라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 자체로도 매일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는 게 간송미술관 측 얘기다. 누적 적자에다 2018년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타계로 인한 상속세 문제가 가중되고 최근 코로나19 충격이 덮치면서 최악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2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간 보물 2점에 이어 이번에 내놓은 국보 2점까지 낙찰된다면 간송미술관은 소장품 중 불교 관련 국가지정문화재를 모두 정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국보 2점은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한 희귀 유물이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삼국시대 불상이고, 조성 연도까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희소한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불교미술사에서 중요한 문화재"라고 했다. 일각에선 해외에 내놓았더라면 100억 원은 호가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고려시대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감은 당대 불상과 목조 건축 양식을 살필 수 있는 중요 사료다. 케이옥션은 해당 문화재의 추정가를 각각 32억~45억 원, 28억~40억 원으로 본다. 고가인 데다 '간송 소장품'인 국보라는 상징 때문에 개인이나 기관이 손을 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에서 국보 '금동삼존불감'을 전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에서 국보 '금동삼존불감'을 전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구입 예산은 39억 원 그쳐

케이옥션 고문이기도 한 김영복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은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그림이 몇십억 원에 팔리는데 세계적 유물인 만큼 낙찰돼야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져가는 게 원칙이지만 한 해 예산이 국보 한 점 살 돈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예산은 작년과 같은 39억7,900만 원에 불과하다.

사립미술관의 재정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매번 국가가 나설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맞선다. 방병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재정난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외국처럼 국가에 헌납하고 일정 대우를 받거나 잉여금을 이월하고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바꾸는 등 큰 틀을 공공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처럼 기업이 문화재를 산 후 박물관에 기증하는 문화를 만들고, 내년 시행되는 문화재 물납제를 통해 문화재의 국가 기증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