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엉클', 막장 수식어 안 붙은 이유

입력
2022.01.20 08:20
'엉클'이 착한 드라마의 수식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TV조선 제공

'엉클'이 착한 드라마의 수식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TV조선 제공

TV조선 드라마 '엉클'이 뚜렷한 색채로 특정 시청층을 잡았다. 소재는 제법 '막장'스럽다. 학교 폭력, 아동 학대, 교내 집단 따돌림, 임대 거주민 차별, 혼전 임신, 자살 미수, 맘카페 횡포 등.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한 때 '마라맛 드라마'가 유행처럼 번졌다. 한 순간의 입맛을 당기기엔 매콤하면서 아린 맛이 시청자들을 확실하게 사로잡았다. 하지만 순간의 자극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작품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있다. '펜트하우스'가 방송 내내 학교 폭력 과정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다루면서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면 '엉클'은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 가해자의 시선에서 다가가지도, 피해 사실을 부풀리지도 않는다. 극중 사건이 벌어졌을 때 따뜻한 시선이 겸비됐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다.

'엉클'이 착한 드라마의 수식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TV조선 제공

'엉클'이 착한 드라마의 수식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TV조선 제공

12회 최고 시청률은 10.2%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이로써 '엉클'은 2주 연속으로 주간 전 채널 미니시리즈 1위를 수성했다. 1회 시청률 2.351%에서 8%까지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이처럼 '엉클'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좋은 어른이 필요한 시대에 '엉클'이 던지는 주제 의도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작품은 '좋은 어른'이 무엇인가라는 강렬한 화두를 던진다.

방송 초반 코믹스럽게 그려졌지만 학부모들은 수상한 행색으로 초등학교를 배회하는 왕준혁(오정세)을 쉽사리 지나치지 않는다. 또 왕준혁이 민지후(이경훈)를 데리고 주유소에 들릴 때 주유소 직원 역시 납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지후에게 S.O.S 수신호를 보낸다. 이처럼 곳곳에 배치된 요소들이 '엉클' 만의 강점이다.

아울러 한 편의 음악 드라마처럼 힐링과 성장, 더 나은 미래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상처가 있기에 치유가 있다는 이야기인 만큼 보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은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오정세와 전혜진의 연기 앙상블이 스토리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원색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박혜령(박선영)이 신채영(최규리)의 임신을 숨기기 위해 장도경(김민철)에게 성폭행 누명을 씌우는 장면이다. 하지만 신채영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과감하게 생략됐다. '엉클' 자체의 색채를 유지하고자 한 연출진의 고심이다.

확실히 장르적인 색채를 구축해낸 '엉클'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작품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wavve)에서 발표한 주간랭킹에서 3위에 안착, '착한 맛'의 저력을 드러냈다. 이에 '엉클'이 남은 4회 동안 자체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하면서 호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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