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도약 꿈꾸는 문예대…'92학번 절친' 최원호ㆍ정경배가 찾은 곳은

입력
2022.01.17 08:00
수정
2022.01.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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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학 재능기부
김성갑 전 SK 코치는 2개월 무료 봉사

문예대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타격 레슨을 하는 정경배 SSG 타격코치. 문예대 제공

문예대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타격 레슨을 하는 정경배 SSG 타격코치. 문예대 제공

'92학번 절친'인 최원호 한화 2군 감독과 정경배 SSG 타격코치가 아마추어 야구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서울문화예술대학교(이하 문예대)다. 이 학교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서한규 전 한화 스카우트와의 인연 때문이다. 정경배 코치도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 몸담았다. 셋은 학창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동창생들이다.

최 감독과 정 코치는 지난 15일 경기 가평군 대성리에 있는 문예대 야구부 훈련장을 방문해 피칭, 타격 이론 강의와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재능기부에 나섰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에도 학생들의 열의에 최 감독과 정 코치도 열정적으로 지도했다는 후문이다. 문예대는 사이버 대학으로 야구부도 숙소를 이곳에 따로 두고 운영한다. 저변이 취약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생들의 꿈을 뒷바라지하기 위한 학부모, 교직원들의 의지로 해체 위기를 딛고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한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접 선수 모집 글을 올릴 정도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학교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우수선수를 육성해 허정협(키움), 박준범(전 롯데) 등 프로야구 선수도 배출했다.

투구 노하우를 지도하는 최원호 한화 2군 감독. 문예대 제공

투구 노하우를 지도하는 최원호 한화 2군 감독. 문예대 제공

문예대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응한 '박사 출신' 최 감독은 대학과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오프 시즌마다 아낌없이 나누는 '재능기부 천사'다. 해설위원 시절 이종열 위원과 매년 자선야구 교실을 열었고, 리틀야구단도 틈틈이 방문했다. 최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우는 학생 야구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현장에 복귀한 뒤로 이런 기회를 찾기 어려웠는데 모처럼 뜻 깊은 시간이었다"면서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프로에 몸담았던 서한규 감독의 인맥으로 여러 야구인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지난 11일엔 김용일 LG 트레이닝코치가 찾아 트레이닝 노하우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특히 김성갑 전 SK 코치는 2개월에 걸친 문예대의 동계 훈련 기간 내내 숙식을 하면서 무료 봉사 중이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김 코치는 야구 레슨은 기본이며 늘 학생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손수 라면을 끓여주는 등 아버지, 사감, 코치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17일~28일까지 진행하는 강릉 전지훈련에도 동행한다.

최원호 한화 2군 감독과 정경배 SSG 타격코치가 문예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예대 제공

최원호 한화 2군 감독과 정경배 SSG 타격코치가 문예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예대 제공

잇따른 '유명인사'들의 방문에 학생들의 훈련 태도와 분위기도 바뀌었다. 서한규 감독은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도와주신 여러 분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라고 다짐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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