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넘는 폭염, 넉 달째 이어지는 폭우… 이상기후에 신음하는 남미

입력
2022.01.13 17:55
수정
2022.01.13 1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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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65년 만의 폭염… 70만 명 단전
파라과이ㆍ우루과이도 섭씨 40도 넘어
브라질, 폭우로 34명 사망… 이재민도 수만 명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기가 끊긴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상점에서 11일 상점 주인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기가 끊긴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상점에서 11일 상점 주인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반대편 남미가 이상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브라질에서는 지난해부터 넉 달째 비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온이 11일 섭씨 41.1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115년 기상 관측 역사상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온이 이보다 높았던 날은 1957년 1월에 단 하루 있었다. 기후사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지난달 29일 이후 기온이 40도를 넘기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폭염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냉방장치 가동 증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해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끊겼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약 70만 명이 단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폭염은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부의 평지인 코르도바의 기온도 이날 섭씨 42.5도까지 올랐고, 산후안, 산안토니오 외스테는 43도를 넘나들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주요 5개 도시에서 기온이 50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전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인접국인 파라과이ㆍ우루과이에서도 이날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폭염은 건조한 공기를 동반해 외부에서 땀을 흘려도 곧바로 말라버릴 정도다. WP는 “사람들이 신체 이상징후를 인지하지 못해 폭염에 대처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기온”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브라질에서는 넉 달째 이어지는 폭우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브라질 매체들에 따르면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에서 폭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루 새 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범람한 물에 벽이 무너지면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11세 소녀도 포함됐다. 주도 벨루오리존치에서만 지난 72시간 동안 241.7mm의 폭우가 내렸고, 1월에만 329㎜의 비가 쏟아졌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우기가 시작된 이후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34명까지 치솟았다. 이재민도 하루 새 7,000여 명이 늘어나 2만4,000여 명으로 늘었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미나스 제라이스주 전체 도시 853곳 가운데 341곳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인접한 5개 주에서도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브라질 기상당국은 상파울루주, 리우데자네이루주, 에스피리투 산투주, 고이아스주에서 몇 주째 계속된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대규모 피해를 낼 수 있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주민 대피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남미의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기온은 역대 5위였고, 바다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증가한 때문이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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