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막내, 베이징선 에이스로’... 정재원 “지난 4년간 준비한 것, 모두 쏟아 붓겠다”

입력
2022.01.13 05:00
21면

이승훈 넘어선 매스스타트 세계 4위
키 3㎝크고 몸무게 5㎏ 늘어
속도내기 기술적 보완도 이뤄져
월드컵 金 성인무대 우승 경험
“4년동안 베이징만 보고 준비
내달 모든 것 보여드리겠다”

정재원(왼쪽)이 7일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입단식을 마친 뒤 제갈성렬 의정부시 빙상팀 감독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정재원(왼쪽)이 7일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입단식을 마친 뒤 제갈성렬 의정부시 빙상팀 감독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최연소 메달리스트(16세 245일)가 된 정재원(20)이 다음 달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번에는 대표팀 막내가 아닌 주축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선다.

정재원은 12일 본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평창에서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지난 4년 동안 베이징만 보고 준비했다. 다음 달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좋은 결과로 찾아뵙고 싶다”고 출전 소감을 전했다.

정재원은 평창대회 당시 서울 동북고 1년 재학생으로, 대표팀 경력은 5개월에 불과했지만 팀 추월에서 이승훈(33)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재원은 “평창대회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꿈만 같았고, 참가만으로도 기뻤다. 메달은 생각도 못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재원(오른쪽)이 2018년 2월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김민석(가운데), 이승훈과 함께 은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재원은 당시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정재원(오른쪽)이 2018년 2월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김민석(가운데), 이승훈과 함께 은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재원은 당시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평창대회 이후 4년이 흘렀다. 정재원은 이 기간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시를 거쳐 이달 의정부시 소속 실업팀 선수가 됐다. 신장은 3㎝ 자란 176㎝, 몸무게는 5㎏ 늘어난 65㎏으로 성장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체격을 갖췄다. 정재원은 “평창 때는 사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게 부족했다. 이젠 체격과 체력을 갖췄고, 속도를 꾸준히 내기 위한 기술적 보완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스케이트에 대한 열정도 배가됐다. 정재원은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훈련장이 문을 닫자, 스스로 마스크를 쓰고 인적 드문 곳을 찾아 지상훈련을 진행했을 정도로 의지가 넘쳤다. “빠른 스피드로 오래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즐겁습니다. 그 속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게 매력적이고, 보다 잘 타고 싶습니다.”

정재원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변수가 많은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고,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에선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매스스타트 입문 3년여 만의 성인 국제대회 우승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1시즌에 불참했지만, 21~22시즌 월드컵 3차 매스스타트에서 4위, 월드컵 4차 6위 등으로 실력 발휘를 했다. 그는 현재 ISU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4위로, 이승훈(5위)을 넘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

정재원이 지난해 9월 15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견 대표 선발전 50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뒤 링크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원이 지난해 9월 15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견 대표 선발전 50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뒤 링크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원에게 13세 차이인 이승훈은 우상이었다. 그는 주니어 시절 차세대 장거리 선수로 주목받으며 제2의 이승훈으로 불렸고, 평창에서는 이승훈과 팀 추월 경기에 나서 함께 은메달을, 매스스타트에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정재원은 “매스스타트는 팀플레이가 매우 중요하다. 승훈이형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 경기에 나서는 정재원은 특히 매스스타트 종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재원은 “매스스타트는 전략이 뒷받침돼야 하고, 운이 따라줘야 한다. 최근 월드컵 대회에서 하위권 선수들이 초반부터 치고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로 변수가 많았다. 베이징에선 이런 흐름을 잘 반영해 전략을 짤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스케이트를 잘 타는 선수로 인식되고 싶다.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고 본다”며 “올림픽 현장에 가면 중압감을 받겠지만, 준비한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도록 집중하려 한다.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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